[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가족이냐... 회사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동서지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한 가운데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동양그룹을 지원키로 함에 따라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으로서는 동양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표명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원불가' 결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 이사장은 지난 추석 가족회의에서 담 회장에게 동양그룹 지원을 요청하면서 자신도 그룹 위기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오리온 지분 2.66%(15만9000주)를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했다. 1500여억원어치다. 이번 증여가 실현되면 동양네트웍스의 부채 비율은 6월말 기준 724%에서 150% 이하로 떨어진다.
이처럼 장모가 사재를 털어 '가족살리기'에 나서면서 지원거절을 선언한 담 회장의 심적 부담이 커졌다. 특히 이 이사장은 가족회의 이후로도 담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양그룹을 지원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 것으로 전해져 담 회장의 딜레마는 더욱 깊다.
추석연휴 직후 담 회장은 직원 전체에 메일을 발송해 "혈연 앞에서 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며 "다만 오리온의 영원한 존속과 번영을 위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과 기업가치 유지 차원에서 회사의 존속을 선택할 지,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을 선택할 지 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만약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동양그룹을 지원한다면 오리온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이 사재를 털어서 지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고 관측했다.
오리온 관계자도 "사재출연의 경우 회사의 입장이 아닌 개인의 의사결정 사항이다보니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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