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동양그룹의 미래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연내 1조원에 달하는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동양매직 등 주요 사업부문 매각이 지연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그룹은 23일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CP 문제를 오너 일가가 직접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동서지간인 담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담 회장과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 12.91% 및 14.49%를 담보로 1조원가량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동양그룹 재무구조개선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지분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고 오리온그룹 경영권을 잃게 될 수도 있어 담 회장은 지원을 거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장녀인 이혜경 동양 부회장의 남편이고 담 회장의 부인은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다.
담 회장이 지원을 거부하면서 동양그룹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가장 급선무는 CP다.
동양시멘트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CP 잔액은 총 1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7300억원가량이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그동안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CP 발행은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이 맡아 왔다. 그러나 내달 말부터 증권사는 투자 부적격 등급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팔 수 없도록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 투기등급인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 및 CP를 동양증권이 판매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대안은 동양매직 등 주요 사업부문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지만 이도 간단치 않다. 동양그룹은 지난 7월 동양매직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원그룹에서 KTB컨소시엄으로 변경한 뒤 아직까지 매각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더군다나 형제 그룹인 오리온마저 동양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면서 시장에서는 동양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 매각 대금을 2500억원가량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제값을 다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위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500억원을 다 받는다고 해도 인수자가 승계하는 동양매직의 부채 700억원을 빼면 실제 동양그룹에 유입되는 현금은 1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조원가량의 CP와 회사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동양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꼽히는 삼척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가진 동양파워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단기간 내 결과물이 나오기는 힘들 전망이다.
동양은 지난해 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폐열발전소(400억원)를 비롯해 레미콘공장(1145억원)·선박(350억원)·냉동창고(345억원) 매각 및 파일사업부 양도(1170억원)와 자본 유치(503억원), 주식 매각(1600억원) 등 경영개선작업을 추진해 왔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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