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자본시장이 꽁꽁 얼었다. 거래대금이 줄면서 주식회전율이 크게 감소했고 상장기업들 역시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유상증자는 줄고 코스피시장의 기업공개(IPO) 기능은 마비 상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주식 회전율은 179.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포인트 감소했다. 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지다. 회전율은 353.56%로 전년 동기 대비 141.04%포인트 낮아졌다.
주식 회전율은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주식 수에 비해 거래가 적다는 의미다. 회전율이 500% 이상인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52종목, 코스닥 시장 170종목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종목, 70종목이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반복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먼파산, 유럽 재정위기 등 대형위기가 반복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대체상품이 등장해 주식 거래대금 감소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 거래가 감소하니 증시의 '직접금융'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금액은 3조8149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576억원) 대비 18.1% 감소했다. 유상증자 회사 수(102개사) 역시 15.0% 줄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시가 좋을 때는 기업들의 유상증자(유증) 공시는 투자확대의 신호로 여겨져 주가상승 재료로 인식되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라면서 "요즘은 유증 공시는 곧장 물량부담에 따른 주가급락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22개에 달했던 유가증권 상장기업 수는 올해 들어 3분기에 접어든 시점까지 DSR 1곳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과 IPO 시장이 최악이란 평가가 나왔던 지난해 각각 7개를 기록한 수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권을 벗어난 돈이 지하로 들어가거나 비생산적인 분야로 빠지면 경제에는 독약이 돼 돈맥경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을 세심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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