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메르켈 연정 파트너 자유민주당 지지 거부"
WSJ "총선후 기민+사민당 좌우 대연정 탄생할 것"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오는 22일(현지시간) 독일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지난 15일 독일 바이에른주 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태도가 묘하다.
기독민주당(기민당)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현재 기민당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기사당),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15일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기사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또 다른 연정 파트너인 FDP는 참패했다. 현 중도-우파 성향의 연정 유지를 위해서는 메르켈이 FDP 지지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메르켈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에른 압승에 과감한 도박 감행?= AFP는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 자매 정당인 기사당의 압승은 메르켈이 FDP를 탈락시키고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6200만의 독일 유권자들은 오는 22일 총선에서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하나는 총리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메르켈에 투표하는 동시에 지지 정당은 FDP를 선택하면서 현 연정의 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 메르켈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연정 유지를 위해 정당 투표에서는 FDP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할 수 있는 셈이다. FDP도 현 연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으로 FDP를 뽑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은 바이에른 지방선거 후 공영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가지 투표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과 기민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때문에 내심 메르켈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는 단독 정부 구성을 노리는 도박을 감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사당, 바이에른서 단독 과반=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메르켈 입장에서는 기대감을 갖게 했을 수 있다.
기사당은 48%의 득표율로 전체 180석 의석 가운데 과반을 훌쩍 넘는 101석을 확보했다. 2008년 선거에서 반세기 만에 바이에른주 과반 획득에 실패했던 기사당이 이번 선거 압승으로 5년 전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보수층의 결집을 확인한 셈이다.
이미 메르켈은 FDP와 최근 불편한 관계를 보였다. 메르켈이 반기업 정책인 친환경 에너지, 연금과 최저 임금제 등에 집중하면서 친기업 성향의 FDP는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FDP 내부에서는 메르켈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총선에서 1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기민당과 연정을 구성했던 FDP의 현재 지지율은 3%선에 머물러 있다. 독일에서는 득표율이 5%를 넘지 않으면 의회에 입성할 수가 없다. FDP는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도 의회 진출을 위해 필요한 최소 득표율 5%를 얻지 못 했다. 이 때문에 메르켈이 사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아예 FDP 표도 흡수할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메르켈 입장에서는 여의치 않을 경우 FDP 대신 다른 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독일의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고 있는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Alternative for Germany)는 여론조사에서 5% 정도의 지지율을 받고 있다.
FDP가 5% 마지노선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바이에른 지방선거 참패 탓에 FDP에 대한 동정표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좌우 대연정 가능성 높아=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메르켈의 3연임은 확정적이지만 메르켈이 집권 1기 때처럼 사민당과 불편한 동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FDP가 득표율 5%를 확보하지 못 하고 기민당이 단독 과반을 얻기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론도 좌우 대연정을 선호하고 있다. 과거 나치 독재를 경험했던 독일인들은 전통적으로 좌우 연정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민당의 피어 스타인브뤽 총리 후보는 좌우 대연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예 정부 구성이 극도의 혼란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에른주 지방선거 결과를 감안하면 22일 총선 후 현 연정이 붕괴되고 기민당과 사민당의 좌우 대연정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16일 보도했다. WSJ은 유로존 위기를 빠르고 단호하게 끝낼 수 있는 결과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좋지 못한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정책 결정이 지연되고 그만큼 유로존 위기 대응도 지체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 전문가는 "좌우 대연정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보고 있다"며 "현 정부가 다시 재신임을 얻지 못 한다면 좌우 대연정이 유일한 선택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민당은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 5년 전에 비해 득표율을 2%포인트 늘리며 20.6%를 득표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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