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총선을 정확히 3주 남겨둔 1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차기 총리 후보자 TV 토론에서 뚜렷한 승자는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집권 3기를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와 야당인 사회민주당(사민당)의 피어 스타인브뤽 총리 후보는 이날 TV 연설에서 각종 현안과 관련해 첨예하게 맞섰다. 양자 토론은 이번이 첫 번째로 TV로 방송되는 것은 이번 토론이 유일하다.
독일 공영방송 ARD가 TV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스타인브뤽이 좀 더 설득적이었고 메르켈의 공격에 대한 준비가 잘돼 있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반해 메르켈은 좀 더 감정에 호소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응답자 중 49%가 스타인브뤽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메르켈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44%에 그쳤다. 부동층 중에서는 54%가 스타인브뤽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번 TV 토론으로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마음을 바꿨다고 답한 비율은 10%를 기록했다.
반면 또 다른 독일 공영방송 ZDF 여론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메르켈이 이겼다고 답한 비율이 40%, 스타인브뤽이 이겼다고 답한 비율이 33%로 집계됐다.
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스타인브뤽이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TV토론 결과는 무승부(draw)였다고 전했다.
최대 논쟁거리는 역시 유로존 경제 위기였다. 두 후보는 유로 위기와 독일의 역할에 대해 공방을 펼치는 데 토론 시간 1시간 30분 중 1시간 이상을 할애했다.
스타인브뤽은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위기 국가들에 위기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리스와 같은 국가들에는 제2의 마셜 플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타인브뤽은 또 자신이 집권하면 4년 후 독일 국민이 더 많은 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은 이러한 스타인브뤽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기독민주당(기민당)이 사민당보다 더 나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민당이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더 많은 부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메르켈은 시리아 군사행동에 대해 독일의 역할은 없다며 이전보다 한층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군사행동에 나서기 전 분명한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TV 토론 전까지 메르켈은 계속해서 스타인브뤽에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최근 메르켈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메르켈 집권 3기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현 보수 집권 연정이 사민당과 녹색당의 야당연합 지지율에 11%포인트가량 앞서 있다. 하지만 기민당 입장에서는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의 지지율이 4년 전 총선 당시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 후 기민당과 사민당이 메르켈 집권 1기 때처럼 좌우 대연정을 이뤄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국민도 기민당과 사민당의 좌우 대연정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인브뤽은 메르켈 총리 집권 1기였던 2005~2009년 좌우 대연정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스타인브뤽은 이번 총선에서는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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