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멀미, 성묫길 벌레·화상 등 명절 때 자주 일어나는 부상 조심해야
-부모님 옛날 일 잘 떠올려도 요즘 일들 잘 기억 못하면 치매 의심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민족 대이동'의 날이 다가왔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뵌다는 설렘도 잠시, '언제 내려가나'하는 걱정이 앞선다. 차에 올라타는 순간 몇 시간이고 고속도로에 갇혀 있을 생각만 하면 앞이 까마득하다. 같은 자세로 앉아 운전을 하다보면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여기저기 안 쑤시는 곳이 없다. 고향집에 도착했다고 마음을 푹 놓아버렸다간 각종 사건사고에 치이기 십상이다. 즐거운 추석 연휴를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차 멀미·벌레·화상…조심할 것 투성이= 고향 가는 길은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다. 꽉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이고 차 안에 옴짝달싹 못하는 건 예사다. 차 멀리라도 하면 그야말로 지옥을 맛본다. 차 멀미가 심한 사람은 미리 멀미약이나 부착제를 준비한다. 먹는 약은 차에 타기 1시간 전, 붙이는 약은 최소 4시간 전에 써야 효과가 있다. 다만 녹내장이나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경우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한다. 차 멀미를 할 땐 옆으로 눕지 말고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좌석을 젖히고 눕는 것이 좋다.
성묫길에서 맞닥뜨리는 벌레도 요주의 대상이다. 벌에 쏘였다면 손톱으로 벌침을 눌러 짜지 말고 플라스틱 카드나 칼 등으로 밀어서 빼낸다. 쏘인 부위가 아프고 부어오를 땐 찬물(얼음) 찜질을 하면 통증과 부기가 조금 가라앉는다. 이후 상처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나 항히스타민제를 발라주고, 없다면 우유를 발라도 도움이 된다. 심한 두드러기가 나고 입술, 눈 주변이 붓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면 빨리 병원으로 가서 응급치료를 받는다. 알레르기 과민 체질인 사람은 비상약을 주입한 후 즉시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성묘를 할 땐 슬리퍼 대신 구두나 운동화를 신고 몸에 잘 맞는 긴 소매 옷을 입는다. 옷 색깔은 흰색이나 화려한 색 보다 어두운 색상이 좋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향수나 헤어스프레이, 향이 진한 화장품 등을 피하고 벌초 작업을 할 땐 꼭 장갑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벌이 있을 때 놀라 뛰거나 빨리 움직이지 말고 음료수 병이나 캔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음식 조리를 하다 화상을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개 2도 이상 화상부터 물집이 생기는데 가능한 물집을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화상을 입은 살에 옷이 붙어있다면 억지로 떼어내지 말고 옷 위에 찬 수돗물을 흘려 빨리 식혀준 후 가위로 연다. 소독거즈로 화상부위를 덮어주면 좋다. 붕대로 감을 땐 압박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오랜 만에 만난 부모님 "혹시 치매 아닐까"= 추석은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과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 좋은 기회다. 혹여 자식에게 누가 될까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게 부모님 마음이다. 특히 '치료 안 되는 병'이라는 인식이 깔린 치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치매도 일정 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이동영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의 10% 정도는 완치 가능하고 약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진행을 억제하거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며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난폭행동, 수면장애, 의심, 환각, 우울 등의 정신행동 증상은 치료에 잘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변 사람들이 느끼기에 예전에 비해 부모의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주의해서 본다. 최근에 나눴던 대화 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병원을 찾는다. 기억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옛날 일을 시시콜콜 잘 기억한다고 해도 요즘 있었던 일을 자꾸만 잊는다면 문제가 된다. 치매 초기에는 먼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잘 보존되기 때문.
또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고 하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이 서툴러지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노년기에 들어 우울해지거나 이유 없이 의심이 늘고 평소 성격과 사뭇 다른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 또한 치매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 역시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 효과가 높은 만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며 "거리나 비용 때문에 병원 찾기가 주저된다면 가까운 지역 치매지원센터(서울)나 전국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료 치매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추석이 끝난 뒤…후유증 극복하려면= 제법 긴 연휴를 보내고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몇 가지 건강 수칙을 지켜야 한다. 연휴 피로 대부분은 수면시간 부족과 변경으로 인한 생체리듬 파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연휴 도중에도 평상시 기상시간을 지키고 정 졸리면 낮에 20~30분 이내로 토막잠을 잔다. 특히 연휴 마지막 날에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한다.
피로를 줄이기 위한 '완충시간'을 두는 것도 좋다. 여행을 간다면 여유 있게 집으로 돌아와 음악을 듣거나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하면 연휴기간 중 흐트러졌던 자세를 바로잡고 일상생활에 재적응해 다음 날 출근할 때 평소와 같은 업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적절한 운동 또한 피로 해소에 보약이다. 특히 연휴 기간 과식을 했다면 가벼운 산책이나 배드민턴 등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식 운동을 즐겨본다. 출근 날 아침에는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업무 도중 2~3시간 마다 스트레칭을 해줘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점심 식사 후에는 햇볕을 쬐면서 산책하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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