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재정립 세미나'서 갑론을박.."독점하면 비용만 커져" "일반금융과 달라..중복땐 양극화 위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책금융기관간 업무 '중복' 문제를 놓고 학계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조만간 열릴 예정인 정기국회 논의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할 전망이다. '중복이 유리하다'는 주장과 '중복은 안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업무중복 비중은 직접대출의 경우 41%, 온렌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간 중복문제는 정부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해야 한다고 결심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박민식 의원(새누리당)이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이대로 좋은가' 세미나에 참석해 "정책금융이 경합을 해선 안된다는 것은 수요자 입장을 고려치 않은 생각"이라면서 "금융을 단순한 자금공급으로 제한하는 좁은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산은과 정금공을 합칠 경우 공급자 효율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급자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수요자 입장의 정책금융개편'과도 맞지 않는다는 게 윤 교수의 입장이다.
윤 교수는 "원스톱뱅킹이 수요자의 편의를 높인다고 하지만 금융상품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까닭에 이 같은 편의성이 대세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통합에 따른 정책금융의 독점은 소비자 협상력을 약화해 오히려 비용만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서비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책금융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번 토론회에 자리를 함께 한 남주하 서강대 교수는 "업무 중복은 100% 차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책금융에 일반금융과 같은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중복지원을 차단해 가능한 정책금융 수요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중복지원이 정책금융의 양극화를 초래해 수요자 입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남 교수는 "특히 보증과 정책융자간 중복지원 문제가 심각한 만큼 지원목적과 대상 선정 기준, 설립 목적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복 문제에 대한 학계의 찬반이 엇갈리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관간 업무 중복은 정책금융개편의 핵심인데다 여야 모두 학계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영주 의원(민주당ㆍ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은 "정부를 배제한 학자간 토론은 외부 개입을 최소화한 만큼 사안을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준데 이어 세미나를 개최한 박민식 의원(정무위 여당 간사) 역시 "법안 심사에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정책금융 개편 대상인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중복문제를 둘러싼 기관간 논리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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