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올 시즌 프로야구는 황금기다. 치열한 순위 다툼으로 더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리나라 야구 자체가 위기 속에 있다. 야구 선수들과 관계자 여러분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려운 시기가 찾아온다.”
겉보기에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 추신수는 꾸준한 활약으로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눈앞에 뒀고, 임창용은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빅리그에 데뷔했다. 프로야구는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500만을 넘어 600만 관중 돌파가 예상된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발언은 결코 근거 없는 독설이 아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속속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가 부족하다. 기존 주전들을 위협하며 내부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괴물 신인이 자취를 감춰 기존 베테랑들은 선수생활 연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정윤진 감독이 이끈 청소년야구대표팀은 최근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대회 연속 5위를 했다. 일본에 0-10 7회 콜드게임 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사실 세계대회에서의 성적을 침체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질 수 있는 게 야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바람을 일으킬 기대주가 눈에 띄지 않는단 점이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자연스레 마운드 운영의 중심축으로 외국인선수를 떠올린다. 신인보다 부상에서 돌아오는 선수를 중용하기도 한다. 고만고만한 실력의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아마야구의 현주소가 빚은 현상이다.
한국야구 행정이 낳은 문제일까.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자질 부족 탓일까. 사실 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맡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이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대한야구협회와 주기적인 회의를 갖고 야구인들의 의견을 수렴, 이를 야구 행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산적한 과제는 산더미다. 야구장 펜스 교체, 아마야구 지원, 고척돔구장 활용, 선수단 구장 출입에서의 안전문제, 관중 감소의 원인 분석 등 다양한 문제가 해결책을 기다린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다. 팬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팬심을 잃고 방황하던 프로농구는 최근 유재학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3위로 이끌어 적잖은 관심과 인기를 회복했다. 프로축구는 산업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리그 기반 닦기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왕년의 관심 회복에는 여전히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 번 잃은 팬을 다시 붙잡기란 무척 어려운 법. KBO와 야구인들은 이 흐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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