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표화학 최윤석 대표의 성공 승계 보니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25살에 입사해 공장에서 인주 다리고 포장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28살 때는 과장 직함을 달고 500군데가 넘는 거래선을 찾아 일일이 발품을 팔았죠. 힘들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후계자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거쳐가는 과정 아닌가요?"
최윤석 매표화학 대표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내 웬만한 부서는 다 거쳤다"며 "어릴 적부터 임직원들과 잘 알고 친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가족'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1946년 최 대표의 아버지인 고 최상봉 회장이 설립한 매표화학은 60년 넘게 인주와 스탬프를 만들고 있는 전문회사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주의 80%는 '매표' 제품이다. 25세에 회사에 입사한 최 대표는 최 회장이 2007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대표를 맡았다.
그는 올해 50세로 입사한 지 25년을 맞는다. 인생의 절반을 회사와 함께 보낸 셈. 최 대표는 "회사 공장으로 쓰였던 한옥집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거기서 자랐다"며 "자연스럽게 공장이나 사무실을 접하다 보니 일터가 어색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가족'이 됐다. 그는 "어렸을 때 아저씨, 입사하기 전에는 형이라고 불렀던 분들이 입사하고 보니 대리님, 과장님이 돼 있었다"며 "직원들도 저도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들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그는 최 회장의 사후 자연스레 회사를 승계하게 됐다.
최 대표가 '특권의식'을 갖지 않고 직원들과 화합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주의 엄격한 가르침 덕이었다. 그는 "아버지는 내게 회사를 꼭 넘겨주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너보다 더 잘하는 전문경영인이 있으면 언제고 회사를 넘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가업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그의 앞에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사무환경 변화로 주력제품인 인주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재료값과 인건비는 날로 뛰고 있다. 한때 연간 인주 100만개와 스탬프 500만개를 판매하며 70억~8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매출이 4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최 대표는 고급화한 인주와 다양한 문구제품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지난해 옛 한옥 공장 자리에 사옥도 건립했다. 그는 "낙관에 쓰는 인주를 자체 개발해 한국 서예협회의 인정도 받았고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며 "늦어도 오는 11월께 신제품을 출시해 매출신장을 이끌 것이며, 그 중심에는 가족 같은 직원들이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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