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점점 다가오면서 글로벌 증시의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회복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 강세가 예상됐다. 경기 회복 기대감에 외국인의 '사자'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는 평가다.
따라서 IT와 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 중심의 대응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봤다. 신제품 출시와 밸류에이션 매력,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경쟁력 강화, 미국 경기회복 흐름을 고려하면 우선적인 관심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김병연·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신흥국 외환위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으나, 한국은 원화 강세 및 경제지표 개선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점을 통과하는 모습이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투자 및 수출 관련 세부지표 위주로 최근 4개월 연속 상승하는 가운데 생산 모멘텀이 강화되고 소비 역시 강하지는 않으나 추세적인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반기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 공히 개선되면서 잠재 수준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다. 선진국 주도의 경기회복이 주력 수출품목 수요 확대로 나타날 것이며, 내수도 정부소비와 기업 투자 확대 등으로 점진적인 개선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도 강화되고 있어 경기 회복 가속화 가능성이 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외국인 순매수 확대 현상은 위기 완충능력에 대한 재평가일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포함된 것으로 보여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신뢰 회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아시아 전반으로 확대되기보다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되면서 이머징 관련 자금 흐름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 투자에 있어 지리적 근접성에 기반해 외환위기 전염 가능성이 부각되기보다 경상수지 흑자와 제조업 기반 등 펀더멘털 안정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
외국인은 올들어 한국시장에서 7월까지 9조원 순매도를 진행했고, 8월은 1조6000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글로벌 이머징마켓(GEM) 펀드가 전체 외국인이고, 보수적으로 올해 감소한 4.7%포인트 비중 중 절반이 회복된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 계산상 향후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 가능 규모는 5조원 이상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8월 외국인의 순매수는 경기에 대한 베팅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상반기 1.9%에 그쳤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동기비)은 3분기 3.0%, 4분기 3.7%로 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유럽과 중국의 회복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우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9월에도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9월 중순 이후 예정된 주요 이벤트에 대한 부담과 국내 기관투자가의 환매압력 때문에 경계심리가 높아져 단번에 2000 고지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9월 중순 이후 단기 조정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기대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경기의 힘이 유동성 축소를 압도할 때 추세적 상승을 나아갈 수 있다. 미국 양적완화 연기는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가 약화됨을 의미한다. 안도랠리를 넘어서는 추세적 상승은 낮은 수준의 양적완화 개시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9월말 양적완화 개시가 선언되면서 나타나는 충격은 4분기 추세상승을 대비한 좋은 매수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1개월 동안 화학·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기계 업종에서 강한 순매수(업종별 시가총액대비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 기준)를 기록 했다. 이들 업종은 2000년 이후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상승 반전한 4번의 구간에서 3번이나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했던 업종들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경기회복에 근거한 매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9월초 까지의 상승은 삼성전자 중심의 IT(LG이노넥, 2차전지, LED)와 자동차, 금융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9월 중순 이후 조정 국면에서는 경기민감주에 대한 적극적인 매수전략이 유효하다. 화학(LG화학, 롯데케미칼), 조선(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철강(현대제철, POSCO), 금융업종이 이에 해당한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 9월에는 시리아, 동남아, 양적 완화 축소, 부채한도 협상, 독일 총선 등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동남아, 양적 완화 축소가 중요한 변수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급격한 환율 평가절하가 진행되고 있는데,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균형환율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한다. 양적 완화 축소는 단기 영향에 그칠 전망이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을 고려할 때 동남아 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한국은 가장 안정적인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에 대한 수출비중은 5.9%에 불과해 수출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국수출의 25.6%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미국 FOMC 이전에는 양적 완화 축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IT, 자동차, 은행, 정유 업종이 매력적이고, 내년 어닝 모멘텀은 유틸리티, 건설 등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 기아차, 하나금융, 한국전력, GS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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