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최대열 기자]"오늘도 아반떼 계약 한 건이 취소됐습니다. 정말 힘이 빠지네요."
29일 오후 마포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판매사원 김모(35)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차량들만 우두커니 자리해 있을 뿐 고객은 몇 시간째 한 명도 찾지 않았다. 그는 "누수 문제로 시끄러운데 노조 파업소식까지 터져 나오니 판매 일선은 말 그대로 기진맥진"이라며 "불만전화가 하루에 수십통씩 쏟아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서 판매 일선에 선 대리점 관계자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당장 차량 출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손에 쥐는 급여가 뚝 떨어진데다, 고객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소속인 본사 직영점 직원들과 달리 판매 대행을 맡는 대리점 직원들은 기본급 없이 매달 판매실적에 따라 급여가 정해진다. 파업 시기면 월급봉투의 두께가 줄어들곤 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대리점협회 관계자는 "파업 여파로 대리점들의 자금난이 심화됐다"며 "일부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계약이 늘어나는 시점에 파업 여파가 몰아친 까닭에 고객들의 불만도 거세게 일고 있다. 중구에 위치한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차량 소개 도중 걸려온 고객의 전화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노조가 30일 또 파업을 하는데,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다"며 "요 며칠 판매량이 줄었다"고 우려했다.
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출고 지연도 문제지만, 고객 대부분이 품질 걱정을 한다"며 "파업 때문에 차량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혼을 앞두고 아반떼 구입 문의를 위해 대리점을 찾은 하윤성(30)씨는 "파업 시기에 생산된 차량은 품질이 별로일 것 같아 좀 더 기다리다 사야할까 고민 중"이라며 "싼타페 등에 물이 샌다는데 노조가 파업할 때가 아니라 제대로 된 차를 만들기 위해 더 긴장해야할 때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직영점들로 구성된 판매위원회 소속 노조원들 역시 오후 1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지난 20일부터 노조의 부분파업 및 특근 거부에 따른 매출 차질 규모는 이날까지 2만8084대, 5763억원으로 추산된다. 싼타페를 사기위해서는 1.5~2개월, 맥스크루즈와 에쿠스는 1개월 이상 대기해야만 한다.
대리점 관계자들은 연례행사성 파업을 지속하는 노조뿐 아니라, 사측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내부 고객도 고객"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매년 파업으로 피해가 커지자 대리점협회 차원에서 현대차 측에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협회 관계자는 "차 한 대라도 더 팔아보려고 노력하는 우리로선 매년 임단협을 지켜볼 때마다 허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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