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금 7.4%·은 25% 상승…글로벌 악재 불구 수요 늘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내달 미국 출구전략 가능성에 따른 '9월 위기설'이 시장을 옥죄는 가운데 귀금속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지만, 현재 상승세는 원자재 중 단연 최고다. 9월 출구전략이 시행되더라도 귀금속만은 큰 타격을 받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뉴욕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당 1412.90달러로 한 달 새 7.4%가량 상승했다. 은값은 한 달 만에 25%가량 껑충 뛰며 24달러대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 상품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귀금속 시장도 휘청거렸다. 특히 하락폭이 컸던 탓에 "이제는 금ㆍ은을 팔아야할 때"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귀금속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이는 귀금속을 비롯한 상품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상반기 상품 값이 일제히 곤두박질 친 이유다. 최근 출구전략 가능성이 줄어들며 덩달아 상품 시장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귀금속은 회복 배경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CG)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에서 귀금속 실물수요는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글로벌 금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장신구 수요는 전년보다 154.7t(37%) 증가했고, 골드바(bar)ㆍ금화 수요는 221.7t(78%)가량 급증했다. 대표적 금 수입국인 인도가 최근 경상수지 적자를 막기 위해 금 수입을 억제하고 있지만 크게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분기 인도의 금 밀수는 전년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정부가 공식적인 금 수입을 억제하자 수요가 밀수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황병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금ㆍ은 등의 귀금속 시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상품 섹터로 불렸지만 실상 펀더멘털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며 "9월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현 기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금펀드 10개의 순자산은 1385억원으로 지난 1개월 새 2억원이 빠졌다. 같은 기간 197억원이 감소한 원자재 펀드에 비하면 자금 변동이 거의 없는 셈이다. 금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개월 기준 6.48%를 나타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서는 KODEX 골드선물과 TIGER 금은선물이 이달 들어 각각 5.17%, 7.44% 상승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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