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슈페리어 "다시 거래하자" 먼저 연락…철지난 제품도 매입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개성공단 재가동 준비가 본격 시작되면서 떠났던 바이어들도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특히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왔던 철 지난 완제품까지 매입해주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주고 있다.
옥성석 나인모드 대표는 22일 "오늘 아침 거래처인 슈페리어 대표로부터 '계속 주문하겠다'는 문자가 왔다"며 "개성공단이 정상화됐지만 오더(주문)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슈페리어는 국내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 업체로 '탱크' 최경주 선수의 후원사로 잘 알려져 있다. 나인모드와는 지난 1998년부터 15년간 협력업체로서 관계를 맺어 왔다. 김대환 슈페리어 대표는 "정상화 합의에 안도와 기쁨을 함께 느꼈다"며 "앞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개성공단 생산을 위해 발 빠르게 협의하고 나인모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의류 전문업체인 만선 역시 최근 대기업 패션그룹형지와의 계약관계를 회복했다. 성현상 만선 대표는 "형지의 마케팅 임원과 21일 미팅을 갖고 '개성공단 재가동시 다시 주문을 하겠다'는 확답을 들었다"며 "형지 측은 방북을 통해 북에 남아있는 완제품을 가져올 경우 매입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의류·봉제 업체들은 떠난 바이어들의 신뢰를 돌리는 데 힘써 왔다. 계절을 타지 않는 전자·기계업종과 달리 의류업체들은 적어도 오는 추석 전까지는 주문을 받아야 제때 겨울의류를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바이어들이 눈치만 보고 있어 신뢰 회복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나인모드나 만선 등 일부 업체만이 관계 회복을 진행한 상태.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바이어가 협력관개 재개를 통보해온 기업은 아직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옥 대표는 "개성공단 공장이 재가동돼도 주문이 없으면 말짱 헛수고"라며 "주문이 없는데 직원들을 데려와 공장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 바이어들에게 개성공단의 미래와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나서 주길 바란다"며 "입주기업들의 힘만으로는 제때 가동을 재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