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 표정은 이전 방북때와 달리 한껏 고무돼 있었다.
22일 남북출입사무소 앞은 이른 시간부터 북적였다. 이날 통일부에 방북을 신고한 입주기업인은 전기ㆍ전자 43개사 총 160명. 출경시간은 9시였지만 100여명 가까운 인원이 한시간전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개성공단 사태가 벌어진 후 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역할을 맡은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은 이날만큼은 기업인의 모습이었다. 붉게 충혈된 눈은 재가동을 앞두고 지난 밤 설레던 흔적이었다.
한달여만에 재방북하는 심정을 묻자 김 회장은 "기쁘고 홀가분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는 또 "빨리 들어가서 공장을 재가동하고 싶다"면서 "그렇기 위해선 오늘 설비점검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마 후 부식이 심할 기계장비를 염려한 발언이었다. 이날 방북하는 재영솔루텍 직원은 13명. 김 회장은 "설비를 정밀하게 점검하기 위해 북측 근로자 50명에게도 출근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오전 8시30분이 되자 남북출입사무소 내 1층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앞은 신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 이숙자 만선 법인장도 있었다. 이 법인장은 지난달 손목을 다치면서까지 물자를 반출한 인물이다.
공단폐쇄 위기감이 고조되자 기업들이 최대한 물자를 싣고 나오던 당시였다. 그러나 이날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이 법인장은 "안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그동안 방북과는 심정이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마음이 한결 놓였다는 설명이었다. 연한 분홍빛 화장도 지난 방북 모습과 차이였다.
하지만 그 역시도 공장 내 상태를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장마 후 습기때문에 설비가 더 부식됐을까 걱정된다"며 "오늘 중점적으로 설비를 점검해 재가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1세대로 꼽히는 김석철 소노코쿠진웨어 대표도 "감개가 무량하다"고 방북 심정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 아침 차를 타고 오면서 느낀건데 한창 바쁘게 일하던 예전과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곧 재가동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다"라고 강조했다.
입주기업 대부분이 남북의 공단 재가동 합의에 반색한 상태지만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재가동 합의가 이뤄졌지만 언제 재가동 될 지 정해지지 않아 애타는 심정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도 "바이어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인데 재가동 합의로만 그들을 붙잡을 수 없다"면서 "일부분이라도 가동을 하는 등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전 9시 예정된 출경시간에 맞춰 방북차량임을 알리는 붉은 표시기와 임시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개성공단을 향해 움직였다. 이날 방북한 인원은 입주기업 160명 포함 영업소 22개소와 한국전력, KT, 수자원공사, 개성공단관리위원회 등 당국 유관기관 인원 총 267명이다. 이들은 시설 점검을 마친 후 같은 날 오후 5시께 복귀한다. 23일에는 섬유ㆍ신발 등 기타 생산업종이 방북한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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