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동남아시아 경제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사 이후 아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특히 동남아 경제에 대한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인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도 경제는 끝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는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는 등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도가 1991년 이후 22년만에 다시 외환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웃 나라 인도네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지난 5월 고점 대비 20% 위축된 상태다. 지난달에만 10% 넘게 빠지면서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94개 글로벌 지수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 가치 하락도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ㆍ루피아 환율은 1만500루피아선이 무너지면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3ㆍ4분기 들어서만 5.4% 떨어진 루피아는 아시아 11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약세를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의 2분기 경상수지가 1989년 이후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기준금리 상향에도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6% 올라 경제위기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태국 경제의 부진도 가속화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발표된 태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1분기 -1.7%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뒷걸음질 치면서 태국 경제는 2008년 이후 처음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수출이 준데다 내수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정책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동남아 경제가 가장 큰 충격에 빠진 것은 이들 국가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성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경상수지 적자, 관료주의, 낡은 인프라, 자원민족주의가 곪을 대로 곪았다는 것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그 동안 낮은 환율과 단기 투기자금 유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부진, 환율 급등, 미 출구전략 시사에 따른 투기자금 이탈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특히 중국ㆍ일본에 이어 아시아 제3의 경제 대국인 인도는 만모한 싱 총리 등 관료들이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약발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가 최근 내놓은 해외 자금 유치와 자본유출 억제책도 투자자들의 우려만 부채질하고 있다.
스페인 은행 BBVA의 스테판 슈워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해외 자금 이탈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경우 에너지 시장 자율화와 외국인 투자 제한 철폐, 연금ㆍ의료 시장 개혁 등 경제체질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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