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선교사 최모(75)씨가 인도 시골마을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수년간 10대 소녀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한 달 전 현지 언론이 이 사실을 폭로한 바 있으나 지난 17일 류시화 시인이 이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비로소 국내에 알려지고 있다.
류 시인은 페이스북에 "인디아타임즈에서 파헤쳐 인도인들의 공분을 사고 방갈로르 지역에 반한 감정까지 일게 한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우리는 용서받을 자격도 없다. 너희의 큰 눈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겠니"라고 비통한 심정을 적었다.
이 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선교를 목적으로 만행을 저지르는 위선자들… 부끄러운 모습", "그런글 보면 진실은 뭘까요? 선행하시는 분들 다 믿어야할까요? 그분 믿고 보시하신 분들도 많을텐데", "정말 분노가 치민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오늘의유머', 클리앙 등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련 게시글이 올라와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앞서 인도 언론 인디아타임즈는 지난 7월25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방갈로르에 위치한 고아원을 운영하는 75세의 한국인 선교사 최씨가 소녀들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인 카밀라는 8살이 되던 해 이 고아원에 맡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밀라는 13살 때부터 최씨의 성폭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최씨는 목욕을 시킨다며 카밀라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고 자신의 직원을 시켜 성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카밀라는 저항했지만 고아원에서 내쫓겠다는 협박에 성폭행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년 후인 지난달 현지 언론이 최씨의 만행을 폭로하면서 카밀라의 피해 사실도 드러났다. 고아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2006년 결혼한 카밀라는 결국 이 때문에 남편한테도 쫓겨났다.
신문은 인도 경찰에서 최씨가 소녀들을 성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문제의 영상을 압수했으며 당시 이를 촬영한 인도인 현지 직원도 구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씨는 경찰의 출두 명령을 받은 뒤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피해자가 카밀라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도인들은 경찰서 앞에 모여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 한인사회에서도 선교사의 탈을 쓴 한국인 남성의 탈선행위 때문에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며 개탄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인도 담당 지역국인 서남아태평양과에서 현재 사건을 파악중"이라며 "인도 공관에서도 해당 사실을 보도한 언론, 경찰, 성폭행 피해여성들 등과 접촉하며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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