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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업들 떨게하는 행동주의 투자자 '악명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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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행동주의 투자자'. 도대체 어떤 행동으로 투자한다는 걸까. 막강한 자본력으로 기업 주식을 사들이거나 공매도한 뒤 약점을 파고들어 이를 개선해 주가를 끌어올려 이득을 취하는 투자 방식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우고 경영권에도 관여한다. 경영권을 빼앗는 일도 다반사다. 경영진 면담, 주총 소집 요구, 위임장 대결은 물론 강연을 통한 비판, 트위터를 통한 공격까지 공격 방법은 다양하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고 기업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애먹곤 한다. 주주 이익을 위한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애플, 델, KT&G도 먹잇감=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애플 지분 확보 사실을 밝히고 애플에 추가 배당을 요구하자 주가가 요동쳤다. 많은 투자자는 그의 행보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만큼 애플 아닌 아이칸에게 투자한 셈이다.

공개 매수와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에게도 아이칸은 껄끄러운 인물이다. 델 CEO가 마련한 델 회생 방안에 대해 아이칸은 사사건건 훼방을 놓았다.


델은 지난 2월 5일 차입매수 이후 비상장 전환 계획을 밝혔다. 델은 주당 13.65달러에 전체 지분을 인수하려다 최근 13.75달러로 높이고 주당 13센트를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칸이 인수가가 낮다며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인수가 상승은 아이칸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아이칸이 델의 최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KT&G에도 아이칸은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다. 아이칸은 KT&G 지분 6.6%를 사들인 뒤 측근들을 사외이사로 입성시켰다. 이들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 KT&G 경영진을 압박했다. KT&G는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아이칸은 투자 후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시세차익만 남기고 떠났다. 아이칸의 공격 대상에 타임워너, 제너럴 모터스(GM), 나비스코홀딩컴퍼니, 넷플릭스도 포함된다. 또 다른 투자자 넬슨 펠츠는 식음료 업체 펩시코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약점을 잡아라=SK와 소버린펀드의 경영권 분쟁은 더 극적이다. 분식회계 사태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뒤 SK 주가가 폭락하는 사이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사들였다. 이는 한국 재계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무섭다는 것을 알린 본격적인 사건이다.


데이비드 아인혼은 다단계 판매 업체 허벌라이프가 '피라미드 업체'라고 공격하며 공매도에 나섰다. 얼마 전에는 애플 주주들을 선동해 스티브 잡스 시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배당까지 이끌어냈다.


대니얼 로브는 야후 주식을 사들인 뒤 경영진과 합의 아래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가 스콧 톰슨 CEO를 축출시키자 시장은 깜짝 놀랐다. 로엡이 톰슨 CEO의 학력 위조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후 야후는 마리사 메이어를 CEO로 영입했다. 로엡의 판단은 정확했다. 메이어 CEO의 지휘 아래 야후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과 서비스 및 구조개혁에 나섰다. 그 결과는 주가 상승으로 돌아왔다. 로엡은 이제 소니에 엔터사업을 분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 모순을 바로잡는다지만 대개 부자들의 자금으로 수익만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빌 애크먼은 미 백화점 JC페니의 CEO를 쫓아내고 최근 주가 부양에 나섰다 낭패만 보고 말았다. 그가 이번에 체면을 구겼지만 과거 행적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애크먼의 투자 대상은 프록터앤갬블(P&G), 페덱스, 맥도널드 등 대부분 유명 기업들이다.


◆성과가 나니 돈 몰려=올해 1ㆍ4분기 헤지펀드들 수익률이 시장수익률에 못 미쳤다. 그러나 로브의 서드포인트 캐피털은 수익률 19%를 기록했다. 서드포인트는 얼마 전 큰 이익을 보고 야후에서 손뗐다.


영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TCI, 코벡스, 마르카토캐피털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수익률이 25%에 달했다. 헤지펀드 시장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이는 전체 헤지펀드의 수익률 5%는 물론 미 증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의 상승률 10%도 크게 앞선 성과다. 올해 상황도 비슷해 행동주의 투자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13.4%로 일반 헤지펀드의 5%를 크게 앞서고 있다.


성과가 있으니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HFR 집계 결과 행동주의 펀드들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연초 510억달에서 3분기 말 570억달러(약 63조4125억원)로 12% 늘더니 올해 상반기 84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3년 전보다 470억달러나 증가한 규모다.


공격도 활발하다. 조사기관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
격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29건, 올해 상반기 127건에 이른다.


공격 대상의 몸집도 불고 있다. 지난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투자 시도 241건 가운데 시가총액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은 21%다. 2009년의 경우 7%다. 아이칸이 최근 애플 지분을 15억달러어치나 사들인 것도 이제 공격 대상이 세계 최대 시총 기업까지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등장을 기회로 삼는 기업도 있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JP모건 체이스 등 투자은행은 행동주의 투자자와 관련해 기업에 자문함으로써 톡톡히 재미보고 있다.


크레디스위스의 크리스 영 인수방어 팀장은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관련해 상담을 요구해오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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