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권거래소와 이중상장 협의
홍콩측 법 개정 없다는 입장 밝혀 뉴욕행 급물살
상장 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모건스탠리 거론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임박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윈(馬云) 알리바바 회장이 홍콩 증권거래소와 이중상장(dual-class structure)에 대해 협의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다만 홍콩 증시는 법적으로 이와 같은 상장을 금하고 있어 알리바바가 홍콩 상장 대신 뉴욕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상장은 의결권 수가 서로 다른 종류의 주식을 발행하는 제도로 경영진은 이를 통해 적은 지분율을 가지고도 회사의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미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은 이와 같은 상장을 통해 헤지펀드와 공격적인 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마윈 회장 역시 이중상장을 통해 IPO 이후에도 경영권을 안정시키고자 한다. 마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알리바바 지분율이 7.4%에 불과한 만큼 이중상장을 통하지 않고서는 IPO 이후 경영권이 개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은 이와 같은 상장을 허용하고 있지만 홍콩 증권거래소는 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홍콩 증권거래소와 대안에 대해 협의중이지만 홍콩 증권거래소는 공식적으로 이중상장을 허용할 방침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중상장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홍콩 증권거래소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당초 예상을 깨고 홍콩 대신 뉴욕 상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역시 2년 전 홍콩에서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끝내 이중상장이 허용되지 않아 뉴욕 증시에서 상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최근 NYSE와 나스닥 관계자들은 마 회장과 회동을 갖고 홍콩보다 더 나은 상장조건을 제시하며 로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의 상장 주관사로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회사의 뉴욕 상장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WSJ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알리바바의 상장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와 모건스탠리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알리바바의 야후 자사주 재매입(바이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 은행 출신 애널리스트인 월리스 청이 올해 알리바바의 투자관계 부문으로 스카우트 된 것도 이런 배경이란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2007년 알리바바의 자산상각 과정과 최근 알리바바가 받은 80억달러 대출에 관여한 주요 은행으로 꼽힌다.
알리바바의 순익은 지난 3월기준 6억6900만달러(악 7440억원)로 지난해에 비해 3배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매출은 13억8000만달러로 71% 늘었다. 알리바바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세계 3위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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