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마중물' 자청한 한국무역보험공사<下>
지난해 29조5000억원 지원
10년 전보다 295배 증가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건축용 금속기와 수출 기업인 페루프. 2002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한식형 기와의 멋을 유럽식 금속기와 스타일로 재해석해 일본ㆍ미국ㆍ유럽 등 세계 각지로 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전체 매출 197억원의 90%가 수출을 통해 발생한다.
첫 수출 계약은 2005년이었다. 당시 일본 바이어는 수출품 불량으로 손해배상 발생 시 페루프 전 직원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요구했고 페루프는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조건보다는 판로 개척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이후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하던 중 수입자로부터 수출 대금을 조금씩 떼이기 시작했다. 원자재 구입비 등 운영 자금도 더 필요했다.
고민이 깊던 페루프는 우연히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ㆍ이하 무보)를 알게 됐고 2008년 4월 무보의 수출신용보증 상품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수출신용보증이란 수출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출 대금을 대출받을 때 무보가 연대보증을 하는 제도다. 2008년 페루프의 수출 실적은 380만달러(약 43억원)를 기록했다. 이듬해 수출 규모는 570만달러로 늘었다. 북미 지역 등에 대금 미회수 위험을 해결한 후 수출을 진행한 덕분이다. 페루프는 무보의 단기수출보험 상품에 가입, 유럽 수입자와 거래할 때 돈을 떼일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이어 2010년 11월 페루프는 늘어나는 수입자와 수출채권의 관리를 위해 포괄보험에 가입했다. 포괄보험이란 수출 기업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만 보험에 가입하는 개별보험과 달리, 사전에 무보와 협의한 모든 수출 거래에 대해 보험에 가입하는 제도다. 이후 나이지리아 등 신흥 시장 진출에 전념한 페루프는 2010년(760만달러)과 2011년(1060만달러)에 걸쳐 수출액이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무보는 페루프를 '트레이드 챔스 클럽(TCC)' 업체로 선정해 우대 서비스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 페루프의 수출 실적은 1470만달러였다. 2008년 무보와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해까지 수출액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무보의 중소기업 수출 지원 실적은 국내 정책금융기관 중 최대다. 지난해의 경우 29조5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295배 증가했다. 1992년 무보가 설립될 당시 중소기업 지원 실적은 1000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중소기업이 무역보험을 이용하면 수출 실적은 10~20%, 매출액은 11%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무보의 중소기업 지원 목표는 40조원이다. 지난해 대비 35.6% 증액됐다.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올 초 중소ㆍ중견기업 전담부서를 중소ㆍ중견기업본부로 확대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국민ㆍ기업ㆍ외환은행으로부터 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출연해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 지원금을 마련한 것도 손에 꼽히는 성과다.
조계륭 무보 사장은 "6월 기준 8685개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17조8000억원의 무역보험을 지원했다"며 "수출 중소기업들이 건전한 생태계에 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올해 무보의 역점사업"이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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