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대내외 정책금융기관 재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의 한 가운데 선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ㆍ이하 무보)다. 이 과정에서 무보는 존재감이 드러나는 부수효과를 얻기도 했다. 음지에서 수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무보 본연의 역할이 재조명됐던 것. 무보의 역할과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규모의 경제' 실현한 한국무역보험공사<上>
수출 유발효과 50조원, 고용 창출효과 47만명
지난해까지 무역보험 실적 수출의 26%
세계 4위로 독일·일본 앞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무보의 역할이 이슈로 부상한 것은 중장기보험 사업을 수출입은행(이하 수은)으로 통합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발단이었다. 무보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발했다.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을 뿐더러 향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역효과를 낸다고 판단했던 것. 결국 대외정책금융은 무보와 수은으로 분리 운영하는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무보가 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한다. 무보가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일까.
무보는 쉽게 말해 모든 무역(수출입) 거래에 대한 '보험'을 해주는 기관이다. 무역보험 제도는 우리 기업이 수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우리 기업에 수출입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상해 주는 보험ㆍ보증 방식의 정책금융 수단이다. 주요 상품으로는 중장기수출보험, 해외사업금융보험, 수출보증보험, 단기수출보험, 환변동보험, 수출신용보증 등이 있다. 이들의 핵심 기능은 수출 기업을 위한 '위험인수(Risk Taking)'와 '금융조달(Financing)'이다.
무보는 1992년 한국수출보험공사로 설립됐다가 2010년 이름을 바꿔달았다. 시초는 1969년 대한재보험공사에서 무역보험 사업을 위탁운영한 것부터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보의 무역보험 지원 실적은 총 1조3221억달러(약 1476조원)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출 실적 5조1895억달러의 26%를 차지했다. 설립 초기 1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지원 실적은 지난해(202조원)까지 100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해외 유사한 기관과 비교했을 때 프랑스, 네덜란드, 중국에 이은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5~6위인 독일과 일본보다도 많다.
무보의 올해 지원 목표는 206조원이다. 이중 중소ㆍ중견기업의 몫은 40조원으로 지난해(29조5000억원)보다 10조원 가량 증액됐다. 무보는 6월 말까지 이미 103조5000억원을 지원해 목표 대비 50.3%를 달성했다. 6월 기준 무보의 무역보험을 이용한 기업은 총 8909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은 8685개사로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무보 관계자는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무역보험의 수출 유발효과는 50조원, 고용 유발효과는 47만명"이라며 "해외 플랜트ㆍ건설ㆍ선박 산업의 리스크를 인수하는 최대 기관이자 정책금융기관 중 중소기업 수출 지원 규모도 최대"라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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