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국제 원유시장에 잇따라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유가는 이집트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15일(현지시간) 멕시코만(灣) 북부 카리브 해상에 허리케인 주의보가 발동됐다. 인근 해상 유전이나 정유공장의 근로자들은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집트 사태와 멕시코만 허리케인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경우 국제 유가가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은 0.5% 올라 배럴당 107.33달러(약 12만48원)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2주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도 한때 배럴당 111달러까지 근접했다 109달러 위에서 거래가 형성됐다. 올해 초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80~9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내놓았다. 세계 경기회복세가 느린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 개발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서다.
그러나 최근 두 달 사이 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이집트 사태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와 군부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 이날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01.24달러에 이르렀다.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였다.
그 뒤에도 100달러 밑으로 좀체 떨어지지 않던 WTI 유가는 이집트 정부가 군과 경찰을 투입해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하자 다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는 주요 산유국이 아니다. 그러나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중동산 원유가 수송되는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에즈 운하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사망자 500명을 넘어선 이집트 사태가 더 악화해 수에즈 운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이번 사태가 다른 중동 국가로 확산될 경우 유가는 폭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허리케인센터는 멕시코만 북부 카리브 해상에서 48시간 내에 열대성 사이클론(허리케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로써 카리브해 인근에 있던 해상 유전 및 정유 관련 시설 근무자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졌다. 현지에서 하루 9700배럴을 생산하는 마라톤 오일은 필수 근무자만 남겨 둔 상태다.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큰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역시 대다수 인력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파이프 라인 등 주요 시설을 점검하며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 원유시설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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