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팬들의 기대와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 신뢰를 다지는 게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페루와의 친선경기를 앞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데뷔 승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대로 선수단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뜻을 내비쳤다.
한국은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달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동아시안컵) 이후 홍명보 호(號) 2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태극전사들을 시험하는 무대다. 결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이후 두 번째 맞는 경기인데 연계성을 가지고 지난 대회에서 나온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보다 나은 전력을 가진 페루는 최적의 상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역시 골 결정력 개선이다. 대표팀은 동아시안컵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호주, 중국, 일본을 상대로 단 1골을 넣는데 그쳤다.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이번 소집 명단에 이근호(상주)와 임상협(부산), 조찬호(포항) 등 K리그에서 물오른 득점력을 뽐내는 선수들을 불러 모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전방 공격진 가운데는 K리그 클래식 3경기 연속골을 넣은 김동섭(성남)만이 재신임을 얻었다.
홍 감독은 "기본적인 틀은 가지고 있지만 경기 상황을 보면서 6명의 교체 카드를 고루 활용할 계획"이라며 "미드필더와 수비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공격 쪽에 최대한 비중을 두고 선수들을 내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수단 점검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홍 감독의 데뷔 승과 경기력 향상이다. 한국은 동아시안컵 2무1패의 부진으로 8월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지난달보다 13계단 하락한 56위에 머물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가운데는 일본(37위), 호주(46위), 이란(52위)에 뒤진 4위다. 페루전 결과에 따라 순위는 60위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이번 평가전 내용과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홍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결과로 모든 걸 평가받기 때문에 대표팀이 계속 부진하면 팬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팬들의 신뢰나 경기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선수들과 신뢰 관계를 쌓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결과나 내용 모두 좋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건 감독의 몫이라 생각하고 준비한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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