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대표 체제, 부품 고객사 불만 크게 줄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지난 4월 복수대표 체제를 확립한 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 최대 고객중 하나인 애플과의 관계가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업부문 마다 별도 대표이사 체제를 만들며 부품과 세트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 점이 주효했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매 비중을 줄이던 애플이 삼성전자 복수대표 체제가 확립된 지난 2분기부터 구매 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애플, 삼성 디스플레이ㆍ반도체 구매 수량 다시 늘려=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애플에 아이패드용 패널(9.7인치) 155만8000개를 공급했다. 전월 대비 18% 늘었다. 지난 1월 공급량이 29만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한 패널 구매 물량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2분기 부터다. 지난 1분기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231만3000개의 패널을 공급 받았다. 2분기에는 413만8000개로 78.9%가 늘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과의 관계도 2분기 이후 회복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소송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파운드리 생산을 대만 TSMC로 옮기려 했다. 업계는 애플이 올해까지 삼성전자에서 AP를 공급받은 뒤 내년부터는 TSMC를 통해 AP를 생산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2015년 이후 삼성전자를 통해 AP를 다시 공급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두 회사의 관계가 크게 호전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AP 개발을 위해 종전 2차원 평면구조의 트랜지스터 구조를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든 14나노 핀펫(FinFET) 첨단 공정 개발에 주력해왔다. 경쟁사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빠른 행보다.
◆"복수대표 이사 체제, 부품 고객사 불만 잠재워"=애플은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특허를 놓고 소송을 벌이며 삼성전자 부품 구매 비중을 계속 줄여왔다. 소송으로 감정이 상했고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삼성전자의 힘을 빼기 위해서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신제품의 보안이었다. 어떤 부품을 얼마나 구매하는지에 따라 삼성전자가 애플의 전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구매하는 부품의 종류, 수량만 파악해도 어떤 제품을 연간 몇대나 생산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생산, 판매 전략과도 연결된다"면서 "삼성전자의 세트 사업이 급성장하며 종전 부품 부문의 고객사들이 이와 같은 불만들을 계속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고객사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복수대표이사 제도를 도입해 부품과 세트 부문을 완전히 분리했다. 권오현 부회장(DS부문), 윤부근 사장(CE부문), 신종균 사장(IM부문) 등 3인의 복수대표이사가 별도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부문별 독립경영체제를 갖추고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부품사업과 세트사업이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부문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복수대표이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그 배경에는 부품서는 고객사, 세트서는 경쟁사들의 불만이 높아 사업을 분리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복수대표이사 도입후 부품 관련 고객사들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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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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