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주택·부지 팔고… 보수적 이미지 벗고 적극 마케팅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SH공사의 마케팅 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보수적이라는 공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까지 선보이는 추세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썩이던 주택이나 토지 등은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울시민의 자산을 헐값에 땡처리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둬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해 공가로 방치됐던 서초구 우면2지구 외국인 전용 임대아파트를 장기전세주택으로 전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초 전체 공급량의 절반을 일반분으로 돌려 완판에 성공한 데 이은 후속조치로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담겼다.(본지 6일자 ‘[단독]서울시, 1000억 들인 외국인임대 ‘11가구’ 팔고 접는다’ 참조)
이번주부터 모집에 들어간 주부모니터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민간 건설사들이 내놓는 아파트 품질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주부들을 통해 하자요소를 사전에 조사,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다. SH공사는 사업지별 모니터 요원을 두는 방식이 아닌 2년간 장기근무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현장에 투입하기 전 사전교육을 통해 쌓은 지식과 주부들만의 노하우를 장기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앞서 진행된 은평뉴타운 완판도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 거둔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다. 장기간 남아 있던 미분양 615가구에 대해 특별선납할인 최대 2억원 등 분양촉진정책을 실시한지 50여일만에 모두 털어냈다. 극심한 전세난과 부동산시장 침체에 최장 4년간 위약금 없이 전세로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 결과다.
민간기업 CEO출신의 이종수 SH공사 사장의 적극성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당시 “100일안에 성과를 내겠다”며 서울시 신청사 1층에 현장상담실을 마련한데 이어 겨울철에도 길거리 홍보에 직접 나섰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마곡·문정 등 개발사업지구 내 토지 판매 전략이 효과를 거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연구시설만 허용했던 마곡산업단지에 제조시설을 건립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입주기업의 건축계획과 연계된 마곡 자문기구의 자문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설명회 등 홍보를 강화했다.
이 결과 6월 진행한 마곡지구 28개 상업용지 매각에서는 총 낙찰금액 3700억원의 ‘대박’이 터졌다. 업무용지인 CP4부지 4만㎡는 예정가보다 15억원 비싼 2430억원에 팔렸고 상업용지 B6(6322㎡)와 업무용지C16-5 (1136㎡)도 각각 414억, 59억원에 낙찰됐다.
세곡2·내곡지구에서 13개 부지가 2700억원에 팔렸다. 세곡2지구에서 주차장 및 종교·공동주택 용지, 내곡지구에서 준주거·단독주택 및 업무시설 부지가 팔린 것으로 세곡지구 종교용지에는 37명이 대거 입찰,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내곡지구 준주거 용지는 예정가보다 230%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문정동 305일대 상업용지 8블록(3811㎡)은 공고가 난지 나흘만에 공급가 401억원에 선착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문정지구 내 총 상업용지 규모가 2만여㎡인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에 해당되는 부지가 단 한번에 주인을 찾은 셈이다. 미래형업무용지는 단 1개 필지만 남았다. 매도인의 귀책사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계약금환불 조건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결과다.
SH공사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속에서 추가 손해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최선의 전략으로 앞으로도 다양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상황에 맞게 대처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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