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진출 도움 줄 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칩메이커 암홀딩스(ARM)에서 12년간 최고경영자(CEO) 직을 맡았던 데이비드 워런 아서 이스트(51)가 영국 진공청소기 전문 업체 다이슨(Dyson)에 둥지를 틀었다.
다이슨은 제임스 다이슨 경이 1993년 창업한 회사로 매출의 85%를 영국 외에서 발생시키는 기업이다.
얼핏 휴대폰과 태블릿용 칩 메이커 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다. 그러나 다이슨은 지난 달 암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소형 경량 디지털 모터가 구동하는 진공청소기 DC49를 내놓아 진공청소기와 암 칩의 접목을 실증해보였다.
이스트는 앞으로 암의 경영을 직접 맡지는 않고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이스트가 암에서 물러난 지 한 달 여 만에 다이슨의 사외이사 자리를 맡은 것은 다이슨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어 뭔가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이스트는 최근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다이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다이슨은 진짜로 암과 흡사하다”면서 “두 기업은 영국의 엔지니어링과 설계능력을 대표하면서 글로벌 규모로 경쟁하는 영국 기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이슨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라틴아메리카는 연낸 진출할 계획이다.
이스트는 제임스 경의 아들인 샘과 제이크와 함께 이사회에서 수석 엔지니어 겸 회장인 제임스 다이슨경의 자문에 응한다. 이스트는 이번에 영국 소프트웨어 그룹 세이지의 전 회장 토니 홉슨과 독일 자동차 업체 BMW의 이사회 멤버 이안 로버슨과 함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스트는 미국 아이다호의 칩 메이커 미크론과 미국 정부의 혁신기관이 설립한 혁신센터인 ‘커네틱드 디지털 이코노미 캐터펄트’, 세계 최대 조폐회사 ‘드 라 뤼’ 등 여러 곳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다이슨은 영국 본사와 말레이시아 공장, 싱가포르 모터 공장 등 세 곳에서 총 44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2011년 연매출액이 10억 파운드를 처음 돌파했고 이자세금감각상각비차감전 이익이 3억600만 파운드를 달성한 건실한 기업이기도 하다.
1994년 암의 컨설팅 비즈니스에 합류한 이스트는 곧 부사장이 됐으며 3년 만에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라 3년간 임무를 수행한 뒤 2001년 10월 CEO직을 맡아 12년간 암을 경영하다 지난 달 1일 퇴사했다.
이스트는 옥스포드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크랜필드 대학에서 명예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공인된 엔지니어다. 그는 암 입사전 세계 최대 아날로그 칩 제조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11년간 일했다. 그는 영국 공학회 회원이다.
이스트는 암을 12년간 경영하면서 회사를 글로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제조업체들에게 칩을 공급하는 최대 칩메이커로 성장시켰다. 암의 매출액은 그가 사령탑을 맡았을 당시 약 2억 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9억 달러로 증가했다. 암은 또 휴대폰용 칩 생산라인 한 개만 갖고 있었지만 그의 취임 이후 품목과 라인을 크게 늘렸다. 현재 연간 약 90억 개의 칩을 300여 곳의 반도체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도 그의 덕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그의 재임중 암은 400억 여 개의 칩에 대한 로열티를 거둬들였고 주가는 세배로 올랐다.
영국 케임브리지셔의 실리콘 밸리인 ‘실리콘 펜’에서 1990년 창업한 암은 시가총액이 123억 파운드에 이르는 거대 회사로 성장했다.
이스트가 12년간 보여준 실적을 바탕으로 그가 다이슨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막스 콘체 다이슨 CEO는 “이스트는 우리의 관심영역인 스마트기술 분야에서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갖고 있다”는 말로 기대를 표시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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