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재정적자 여전히 유로존 최고…라호이 총리 리더십·금융시스템 신뢰 떨어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스페인이 올해 2·4분기에 전기대비 -0.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성장폭을 축소한 것이다. 실업률도 소폭 하락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스페인 경기가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스페인 정부가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개혁정책을 둘러싸고 회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스페인 경제는 2011년 3분기 이후 여덟 분기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업률은 27.2%에서 26.3%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고 수준이다.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 10.6%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스페인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 6월 88%까지 상승했다. 2011년 69.3%에서 크게 오른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심상치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로존 주택가격지수는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페인은 유로존 주택가격 하락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나라다.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2009년 대비 30% 빠졌다. 주택에 묶인 가계자산 가치까지 폭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2008년 유로존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권 부실이 심해지면서 경제위기에 처했다. 그만큼 부동산 가격 폭락은 스페인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다.
더 큰 문제는 긴축정책을 이끌어온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최근 금품수수 의혹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그가 추진 중인 개혁정책이 흔들리고 스페인 경제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은 아일랜드·그리스와 달리 전면 구제금융이 아닌 은행권에 한정돼 있다. 스페인 긴축의 핵심이 금융시스템 개선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금융권은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금융감독청(EBA)에 따르면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은 상황에서도 스페인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은 244만유로(약 36억3000만원)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스페인 정부가 은행 부실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배드뱅크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드뱅크가 은행의 부실 채권을 사들이고 있지만 은행권 실적과 자산건전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배드뱅크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해 부동산 시장의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스페인 싱크탱크 RIE의 페데리코 스테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마이너스 성장이 1년만 더 지속돼도 은행 수십 개가 부도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은행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빌려도 기업과 가계가 혜택 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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