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은행권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주요 은행들에 대한 특별 감사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최근 자국 대형 은행들에 대한 특별 감사에 돌입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와 투자포트폴리오 등을 면밀하게 살피고 필요한 경우 개선안 등이 마련될 계획이다. 이는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은행권 손실과 부실대출을 만회하기 위해 34억유로(약 5조157억원)의 자본확충 명령을 내렸던 지난해 감사에 이은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이탈리아의 은행권 부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경제가 지난 2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업과 개인들의 파산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은행권 부실 위험도 증가 추세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27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은 2490억유로에 달해 전체 대출의 14.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570억유로, 8.9%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탈리아 경제는 올해 말부터 서서히 반등해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탈리아 은행권 부실 문제는 내년에 더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흐름은 당장 은행들의 실적 부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 2위 은행인 인테사상파올로의 엔리코 쿠치아니 최고경영자(CEO)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는 수년 동안의 경기부진의 결과"라며 "양자간에는 명확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이번 감사를 통해 부실채권 규모를 포함한 은행권의 전반적인 경영 활동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임원진 보수 등의 비용 절감과 자산건전성 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파비오 파네타 정책관은 "현재의 위기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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