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최근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진 조선·해운주가 정작 실적 발표를 앞두고서는 점차 눈높이가 낮아지는 모양새다. 일부 기업들은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됐던 2분기 초와 달리 최근에는 적자가 예상되는 등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2분기 초인 4월 대비 7월말 실적 추정치 괴리율이 커진 종목들을 집계한 결과 조선, 해운 등 산업재와 소재업종의 격차가 특히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IT업종은 실적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호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를 비교한 결과 2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STX팬오션이었다. STX팬오션은 지난 4월초 82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예상치가 지난달 26일에는 275억원 적자로 바뀌며 3개월 여 만에 컨센서스가 큰 폭으로 조정됐다. STX팬오션은 항만비, 유류비 등을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됐던 선박 중 일부가 최근 풀려난데다 KDB산업은행이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주가는 연일 상한가 행진 중이지만 실적은 아직까지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진해운도 2분기 초 950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예상치가 최근 9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서 "7월 유럽노선과 미주노선 운임이 인상되며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지만 공급과잉상황이 호전되기까지는 시일이 좀 더 필요하다"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기준 최근 운임은 4월초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외에 현대미포조선은 2분기 초 영업이익 115억원으로 형성됐던 시장 컨센서스가 최근 35억원 적자로 수정됐고 현대상선은 당초 영업손실 148억원에서 최근 790억원 손실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 점쳐지는 등 실적 발표를 코 앞에 두고 산업재 업종 중심의 어닝 쇼크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여객기 추락사고를 경험한 아시아나항공은 관련 손실이 3분기에 반영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북핵리스크와 엔화가치 급락 등으로 2분기에도 영업적자 57억원이 예상됐다. 2분기 초 시장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549억원이었던 것에서 대폭 낮아진 것이다. 대한항공도 애초 982억원 영업흑자가 133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 전망됐다.
반면 IT업종은 사상 최대치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실적 고공행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휴대폰 부품주인 KH바텍은 2분기 초 115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예상치가 최근 234억원으로 103% 가량 높아졌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매출 호조와 블레이드앤소울 매출 회복세에 힘입어 시장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310억원에서 42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운주가 아직 크게 베팅할 시점은 아니지만 점차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8일 정부의 회사채 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해운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극단적인 위기에서 점차 정상화되고 있어 운임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추가 반등도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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