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수신휴가(修身休暇) 치국평천하

시계아이콘01분 53초 소요

여름철 단골 기사가 하나 있다. 출판업계와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앞 다퉈 발표하는 '휴가철 CEO 필독서 목록'이다. 주로 기업 경영의 활로를 찾고 새로운 사업의 모티브를 얻으라는 취지인데 분야 또한 방대하다. 최근의 시장 동향과 앞으로 트렌드를 예측하는 경제경영서적부터 관리 역량 증진을 위한 자기계발서, 리더로서의 소양과 정서 함양을 위한 인문교양서까지 보통 십 여 권의 책이 추천된다. 이쯤 되면 방학 숙제치고는 상당한 분량이다.


[뷰앤비전]수신휴가(修身休暇) 치국평천하 박춘희 송파구청장
AD

대통령의 휴가도 세간의 관심사다. 우리 정치사를 들여다보면 보통 대통령이 즐기는 며칠간 여유 후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정국 구상이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휴가를 보내는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하와이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고,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호화 바캉스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우리 대통령의 경우 가족과 함께 가벼운 운동이나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 우리 선조들의 여름휴가는 어땠을까. 다산 정약용의 ‘소서팔사(消暑八事)’는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소개될 정도로 잘 알려진 피서법이다.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나무 그늘 아래서 그네타기, 강변 누각에서 투호 놀이,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연못에서 연꽃 구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밤에 발 씻기 등이다. 실학의 대가답게 능동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이지만 사모관대로 치장한 선비들이 시도하기에는 아마도 체통이라는 변수가 걸림돌이었으리라.


정조(正祖)는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보다는 더위를 이기는데 집중했다.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일득록(日得錄)’에는 ‘더위를 이기는 데는 독서가 최고’ 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정조는 독서를 하면 몸이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고 마음의 중심이 선다. 그래서 외부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서술했다. 연암 박지원도 책 읽기에 힘을 보탠다. 그는 사촌형에게 보낸 서신에서 ’옷을 벗거나 부채를 휘둘러도 불꽃같은 열을 견뎌내지 못하면 더욱 덥기만 할 뿐’이라며 ‘책 읽기에 착심(着心)해 더위를 이길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휴가 유형은 피서다. 도심 속 무더위를 피해 해변으로, 계곡으로 떠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 여름철 휴가명소는 늘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다. '물 반, 사람 반'이라는 웃지 못 할 비유도 등장했다. 작렬하는 태양, 높은 휴가지 물가, 안전사고 위험은 호시탐탐 즐거운 피서를 위협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름휴가’ ‘바캉스’ ‘피서’에서 오는 휴식과 쉼의 어감마저 조금씩 퇴색되는 듯하다. 실제 우리 주위에는 새 힘을 충전하는 휴가보다는 소비 지향의 휴가, 소모적인 피서를 보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휴가 전보다 더 심한 피로감이나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크고 작은 피부염이나 전염병을 얻어오는 사람도 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정조와 연암의 조언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한 수신(修身)으로 더위를 이기는 비책은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고금의 지혜다. ‘찬 물에 발 담그고 책이나 본다’고 해서 휴가를 즐길 줄 모르는 재미없는 샌님으로 치부해 버리면 안 된다는 얘기다.


오히려 독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여가 활동이다. 휴가철 독서 활동은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내면을 살찌우고 불필요한 활동을 최소화해 생체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바르지 않은 자세로 책을 보지 않는 이상 신체에 미치는 부작용도 없다. 그뿐이랴. 발상을 전환해보면 별도의 전자제품을 사용할 일도 없고, 연료가 소진되지는 일도 아니니 전력사용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같은 사회적 비용의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대학(大學)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고 했다. 자기 몸을 가다듬은 뒤에야 가정을 돌보고, 그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수신이 만사의 근본’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이를 차용해 나름의 신조어 하나를 제시해 본다. ‘수신휴가(修身休暇) 치국평천하’. 온 국민이 책 읽는 여름휴가를 기대한다.


박춘희 송파구청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1311:00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 발표 2시간 만에 한 단지서 신규매물 3건…갭투자 일시 허용에도 '관망'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를 재시행하기로 최종 발표한 이후 시장에선 매물을 내놓겠다는 다주택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무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다주택자 집을 사게 되면 전월세 계약 종료 때까지 '일시적 갭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매수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매물이 더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관망하는 것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값 증가율은 2주 연속

  • 26.02.1310:20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못 사요" 사람들 몰리더니 '잠실 르엘' 보류지 완판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이 내놓은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 보류지 10가구가 유찰 없이 첫 입찰에서 전량 낙찰됐다. 감정평가금액보다 5%가량 높은 기준가를 책정했음에도 40여명이 입찰에 참여해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3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조합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용면적 59㎡B 3가구와 74㎡B 7가구를 매각했다. 입찰 기준가는 59㎡가 29억800만~29억9200만원, 74㎡가 33억1800만~35억3300만원

  • 26.02.1211:20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양천구 33평 24억 아파트 21억까지 떨어져…매물 풀리고 호가 하락

    "인근 신축 아파트 33평(전용면적 84㎡)이 전에는 24억원에 호가가 형성됐어요. 그런데 양도세 중과 발표가 나오고 21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고 이젠 21억원에라도 팔겠다고 하네요."(서울 양천구 신정동 A공인)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이 확정된 이후 시장에선 체감할 만큼 다주택자 매물이 풀리고 있다. 수억원씩 호가를 낮춰 내놓거나 세입자가 있어 당장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엔 위로금 명목의 웃돈을 주고 매각하

  • 26.02.1211:00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2월 주택사업자 경기 전망 대폭 개선…"수도권 중심 가격 상승 기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택 매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사업자들의 경기 전망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5.3포인트 상승한 95.8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11.9포인트 올라 107.3으로, 비수도권은 16.0포인트 상승한 93.3으로 전망됐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주택사업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 26.02.1107:00
    "국가가 부동산 개발 판 깔았다"…1·29 대책에 업계 '새 사업 검토'
    "국가가 부동산 개발 판 깔았다"…1·29 대책에 업계 '새 사업 검토'

    정부의 1·29 도심 주택공급 대책에 부동산개발업계가 새 사업 검토로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공공 유휴부지 10여곳과 노후청사 34개소 위치 및 착공 일정을 공개하자 인근 민간 유휴부지까지 개발 동력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까지 악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묶여 있던 업계가 올해를 기점으로 규모 검토와 사업성 분석에 나서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규모 검토 이미 시작…PF사태

  • 26.02.0307:05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의료 생태계의 대전환'[비대면진료의 미래⑥]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4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벼랑 끝에 선 '닥터나우 방지법'…플랫폼 규제 해법은?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3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탈모·여드름 치료제만 급증…'처방전 자판기' 막으려면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2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집에서 진료받고 약 배송은 불가?"…'반쪽짜리' 제도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307:01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환자 편의 높이되 더 안전하게"…하위법령 논의 착수

    편집자주병원 진료를 위해 대기실에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의사를 만나는 시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 의정 갈등 시기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등을 거쳐 올 연말 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격오지와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편리함과 함께 약 배송 금지에 따른 이용 한계, 의약품 오남용 우려 등이 공존하고 있고, 의료계와 플랫폼업계, 환자단체 사이의 시각차 또한 여전히 팽팽하다. 의료산업의 패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 26.01.2907:47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정청래 비판한 김민석, 치열한 두 사람의 '장군멍군'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군멍군'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올 8월 전당대회를 향한 움직임이다. '8월 전대'는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를 넘어 여권의 권력 지형을 가르는 의미가 있다. 정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여권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표가 된다면

  • 26.01.2811:24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이언주 "합당은 선거에 악재, 정 대표 행동 용서받기 어려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긴장감이 높아가는 흐름이다. '명청대전'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직접 언쟁을 주고받았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일도 벌어졌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세력 격돌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그 한가운데 있다. 최근 이 수석최고위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지난 21일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해 1시간 인터뷰했고, 27일엔 전화

  • 26.01.2611:31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윤희석 "오세훈 프레임 바꿔야", 서용주 "정원오 재료 좋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장,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2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님과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두 분 모시고 최근 여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