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22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EL타워에서 열린 '2013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안에 대한 공청회'. 행사장 안에 들어서자 "혁신학교 탄압을 중지하라", "혁신학교 졸속 종합평가 철회하라"는 내용이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날 공청회는 서울시교육청이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마련된 혁신학교 평가안에 대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미 서울 시내 혁신학교 10곳에 대해 감사를 벌인 바 있는 등 혁신학교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공청회는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교사들과 한국교육개발원 간에 비아냥과 고성이 오갔다. 내용은 물론 진행절차에서도 양측은 부딪쳤다. 평가안에 대해 '의견 표명'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로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때문에 가뜩이나 충분하지 않은 공청회 시간을 갉아먹었다.
참석한 교사들은 평가안을 거세게 비판했다.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아무리 봐도 일반학교 평가지표와 다를 바 없다. 소통 협력을 표방하는 혁신학교 지표라고 보기엔 평가지표가 급작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교사는 "혁신학교를 수우미양가로 평가해 줄 세우는 것이 아닌 각 학교의 장단점을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진행된 감사도 열심히 받았다. 하지만 이런식의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며 울음을 터뜨린 교사도 있었다.
교사들의 불만이 타당한지는 앞으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의견과 비판을 경청해야 할 당사자의 무성의한 태도가 문제였다.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담당 장학관은 공청회 도중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날 공청회는 왜 개최한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확정된 평가안을 발표하는 설명회가 1주일 뒤로 잡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날 제기된 의견들은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상황이었다. 혁신학교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혁신학교가 적잖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에게 '공교육의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면 이에 대한 재검토는 치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그런 기대에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김지은 기자 muse8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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