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홍콩 현지 증권사 가운데 25%가 5년 안에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증권 거래량과 수수료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 중개업무를 둘러싼 증권사, 투자은행간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홍콩증권선물전문가협회의 모피즈 찬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400개의 현지 증권사 수가 5년 안에 300개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이미 (일자리가 줄어)파트타임으로 근무를 하거나 아예 업계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원들 중에도 다수가 이직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에만 홍콩 증권사 11곳이 업무를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1971년부터 홍콩에서 주식 중개 업무를 했던 킹푹(King Fook·景福)증권은 이달 말까지만 영업을 할 방침이다.
킹푹증권의 모회사인 킹푹홀딩스는 "주식 거래의 원년 멤버인 킹푹증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높은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 '제로 수수료'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3월 말로 끝난 2012 회계연도에서 킹푹증권은 602만홍콩달러(약 77만6000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었으며 그 전년에는 손실액이 1320만홍콩달러에 이르렀다.
2003년 홍콩증권거래소가 증권사 최저 수수료 기준선(거래규모의 0.25%)을 폐지하면서 홍콩 내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는 증권사 수수료 수입 급감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 본토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들이 홍콩에서 주식중개 업무 경쟁을 벌이면서 현지 증권사들의 입지가 점점 줄었다. 중국의 '빅5' 은행들은 현재 모두 홍콩에서 주식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중국증권업협회 홍콩 지사에 등록된 중국 본토 증권사 회원은 2009년 10월 19개에서 현재 65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홍콩증권거래소에 등록된 증권중개업 회원사 수는 511곳. 6월 거래량의 90%가 상위 65개 회원사들로 부터 나왔다. 나머지 10%는 규모가 작은 현지 증권사 400여개가 나눠 갖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콩 주식시장의 부진한 흐름 속에 거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홍콩 주식시장의 하루 주식 거래 규모는 2011년 695억홍콩달러에서 지난해 537억달러로 줄었다.
홍콩 크리스트펀드증권의 크리스토퍼 청 설립자는 "홍콩 증권업계 영업 환경이 바뀌거나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설립된지 오래된 현지 증권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주식중개 수수료를 다시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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