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 빨라 사망사고 났던 곳, 마을 주민들 경고도 무시…구명조끼 부족해 안 입고 물에 들어가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 태안에서 벌어진 고등학생 5명 실종사건은 한 마디로 ‘인재(人災)’ 였다.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이 안면도에 자리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것은 지난 17일. 실종 사고가 난 건 18일 오후 5시 반쯤이다. 이곳은 지난 2003년에 중학생 1명이 숨지는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곳이다.
이날 고무보트를 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학생들은 5시가 넘어 보트에서 내려 구명조끼를 반납했다. 구명조끼를 벗은 학생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남은 시간 동안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이때 앞서 가던 학생 20여 명이 갯벌 웅덩이인 갯골에 빠지면서 파도에 휩쓸려 순식간에 5명이 실종됐다.
사고가 난 곳은 백사장항으로 들어가는 뱃길 수로여서 수심이 깊고 물살이 빨라 주민들 사이에 “바다에 앉은 새 다리가 부러진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사고 전날 제대로 된 안전관리자도 없는 것을 보고 캠프를 찾아가 “썰물 때만이라도 훈련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가번영회는 사고 직전 물살이 빠르다며 경고방송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경고는 무시됐다.
키가 작은 학생은 턱이 물에 닿을 깊이까지 들어갔다. 학생들은 경찰에게 “교관이 앞장서서 계속 깊은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면서 ‘괜찮아, 괜찮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사고 당시 구명조끼가 충분하지 않았다 것을 문제 삼았다. 학교 관계자는 “사고 당시 구명조끼는 100개뿐이었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80개를 아이들에게 입혀 차례로 돌아가며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뒤 수습도 문제였다. 학교 관계자는 “오후 6시가 넘은 뒤에야 업체에서 사고 소식을 알려왔다”며 “사고가 나자 교관들이 허둥대느라 대처를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측이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지 조사 중이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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