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엽 기자] # 초등학생인 김민호(가명·12)군은 일주일 두 번 재활의학과를 찾는다. 김 군의 진단명은 근막통증 증후군, 흔히 담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30대 이상 직장인에게 주로 발생하지만 구부정한 자세로 하루 약 6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10대인 김 군에게도 증상이 나타났다.
# 직장인 이서영(가명·31)씨는 최근 ‘오랜만이야, 지금 대화 가능?’이라며 메신저 앱 설치 메시지를 받았다. 친한 친구라 거리낌 없이 앱을 설치했던 이씨는 곧 이것이 개인정보 유출 악성 앱이란 것을 알게 됐다. 클릭 한 번으로 문자메시지·위치정보·사진 등이 유출된 것이다.
3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건강과 인간관계를 저해하는 스마트폰 중독과 개인 정보 유출·금전적 손해를 유발하는 모바일 보안 문제가 그것이다.
◆ 청소년 5명 중 1명 스마트폰 중독…성인 중독률도 9%
지난 달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2 인터넷중독 실태 조사’를 보면, 10~19세 청소년 18.4%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1년 청소년 중독률(11.4%)에 비해 1년 새 7% 급증한 것이다. 성인(9.1%)도 10명에 1명꼴로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인간관계의 단절을 불러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채팅에 익숙해지면 면대면 대화 빈도가 적어지고, 혼자 게임·동영상 시청하는 시간이 늘어 자연히 타인과의 교류는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치매’도 부작용으로 제기된다.
지난 5일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 두잇서베이가 6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9%가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였다. 부모, 형제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비율은 34%였다.
특히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선용 영등포재활의학과 원장은 “장시간 고개를 숙이거나 옆으로 누워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자세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며 “각종 척추 질환과 목 디스크, 긴장성 두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스미싱 피해금액 26억원…악성프로그램 1년 새 614% 증가
휴대폰을 이용한 피싱 수법인 ‘스미싱’은 작년부터 올 5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사례만 1만2478건. 피해금액은 26억원에 달한다. 최근엔 도청과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파이형 스미싱 앱도 생겨났다. 최근 국민은행 앱 설치 과정에서는 ‘알 수 없는 출처’ 어플리케이션 설치를 허용해 해킹 우려를 낳기도 했다.
악성 프로그램도 급속도로 늘었다. 컴퓨터 시스템 전문기업 주니퍼 네트웍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작년 3월~올해 3월까지 1년간 스마트폰 악성프로그램이 614% 증가했다.
사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보안성도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위변조 방지 프로그램 강화 등 보안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보안보다는 대중화에 치중하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보안업체 잉카인터넷 문종현 대응팀장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보안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진다”며 “스미싱 등 모바일 범죄가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는 추세” 라고 말했다.
이어 “스미싱 차단 앱·모바일 백신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도엽 기자 k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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