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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경쟁입찰 쇼' 의혹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03초

외부용역 선정 입찰서 '당사 판단따른 유찰 가능' 등 불공정조건 제시
영세업체 "특정 대기업 염두에 둔 수의계약" 주장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롯데가 최근 외부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하면서 영세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겉으로면 경쟁입찰일 뿐 사실상 특정 대기업을 염두에 둔 수의계약"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최근 1년짜리 외부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자체 구매시스템을 통한 전자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롯데시네마는 롯데쇼핑의 한 사업부문으로 그간 청소용역의 경우 LS그룹 계열사인 예스코홈서비스와 계약해 오다 이번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꿨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은 회사가 제시한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입찰에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 롯데는 "전자입찰 후 결과에 따라 추가 네고(협의) 또는 유찰될 수 있다", "유찰여부는 전적으로 당사 판단에 따르며 참여업체는 이에 대해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견적횟수 및 계약업체수는 당사 판단에 따르며 입찰업체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 등의 조항을 내걸었다.

설명회에 참여한 한 사업자는 "제안서와 상관없이 롯데가 원하는 업체와 본 용역을 맺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의심이 들었다"며 "설명회에 참여했던 영세업체 사이에선 이미 (계약업체가) 내정돼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수의계약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일자 롯데를 비롯한 국내 10대그룹은 지난해 초 경쟁입찰을 늘리고 중소기업에 발주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자율선언을 발표한 이후 정부의 눈치를 우려, 중소기업을 들러리로 세우는 편법 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이 자율선언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점검하고 있지만 이번 경우와 같은 일이 많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체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마땅히 이를 막을 만한 장치는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봐야겠지만 개별 기업간 거래인만큼 입찰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등 외부에서 수주하는 물량으로 수익을 내는 중소 서비스업체의 경우 향후 불이익을 우려해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에 롯데가 내건 조항 가운데에도 "관리소홀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모든 민ㆍ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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