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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저격수' 김상조 교수가 삼성 사장단에게 강연한 내용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5초

[아시아경제 박민규ㆍ김민영 기자]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학자로 평소 삼성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가 삼성에 "열린 공간으로 나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7일 삼성 사장단 회의에 초청된 김 교수는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 속의 삼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삼성의 변화는 이미 많이 늦었다"며 "사업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가장 스마트한 조직이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보의 흐름은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을 인용하며 "왜곡된 정보에 의해 재벌 총수가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다. 재벌 총수는 주변 사람의 필터링된(걸러 낸) 정보만 듣고 세상을 평가하고 세상의 한 면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 총수들이 측근들의 정보에 의존할 게 아니라 직접 세상에 나와 소통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상 밖으로 나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벌기업이 많이 상생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세상이 변했고 한국이 변했다. 환경이 변했는데 (재벌이)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삼성에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초청을 받고 주변에서 거부하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업이 대화를 요청했는데 거부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요즘 자신이 변했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는 김 교수는 "삼성이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변화가 다른 기업에도 전파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든 보수든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며 "하지만 규율 체계의 합리성이나 효과적인 집행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있다"고 진단했다. 거대 담론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방법론적인 최소한의 부분에서만 적용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본질에 대해서도 재벌 개혁이 아니라 양극화 해소라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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