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우려 속에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유럽 채무 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인도, 브라질 등 신흥 12개국의 외환보유고는 6월말 현재 약 2조 9700억 달러로 4월말(약 3조 300억달러)에 비해 2.2% 줄었다. 감소폭으로는 유럽 채무위기가 한창이었던 2011년 11월~12월 이후 최대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지난달 구체적인 양적완화 축소 로드 맵을 제시한 이후 통화가치 급락을 경험한 국가들일수록 외환보유고가 감소 규모가 컸다.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는 8.5% 떨어졌으며 인도도 4% 감소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도 같은 기간 3.6% 떨어졌으며 태국도 3.9%, 브라질도 2.4% 감소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가인 중국은 오히려 외환보유고가 늘었다. 중국의 외환보유 잔액은 6월말 현재 약 3.5조달러로 3월말(3.44조 달러)보다 늘어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단 4~6월의 증가폭은 1~3월에 비해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주식, 채권,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우려 속에 신흥국들이 달러를 풀고 미국채를 팔아 통화가치 방어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브라질의 통화가치는 지난 두달간 11.5% 급락했으며 러시아도 5.3% 하락했다. 태국과 우리나라 원화 가치도 각각 4.4%, 3.9% 하락했다.
그동안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어 위기를 느낄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JP 모건 체이스 은행의 다나세 준야(棚瀨 順哉) 수석 FX 전략가는 "주요 신흥 12개국의 외환보유액이 10년전에 비해 약 3배 정도 늘었다"며 "외환보유고가 고갈돼 연쇄적인 위기가 일어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흥국들의 급격한 달러자산 매각이 미국 채권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SMBC 닛코 증권의 노지 마코토(野地 愼) 환율 전략가는 "(신흥국이 계속 미국채를 팔아치울 경우)미 장기금리의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FRB에 따르면, 해외 중앙 은행의 미국 국채 등의 6월말 증권 보유 잔액은 전월 대비 400 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한편 이날 인도네시아 언론은 재무부 밤방 브로조네고로 금융정책청장은 전날 환율 1만선 붕괴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두 달 연속으로 중앙은행(BI)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보유 외화를 금융시장에 대거 투입해 환율을 1만 이하로 유지해온 인도네시아 정부가 환율 인상을 용인할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연 기자 ukeb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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