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아버지...아버지 봤어?"
'강철군단'의 맏형 노병준(포항)은 그림 같은 왼발 슈팅을 골문 구석에 꽂아 넣은 뒤 반대편 사이드라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내 두 손을 치켜들고 하늘을 응시한 그는 허공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1년 전 작고한 아버지에게 바친 세리머니. 정규리그 12경기 만에 터진 마수걸이 골에 대한 감격이었다.
노병준은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18라운드 성남일화와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2-2 무승부에 일조했다. 전반 36분 이명주가 밀어준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트래핑한 뒤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 이후 12경기 만에 나온 첫 득점포였다. 노병준은 앞선 11경기에 선발과 교체를 병행하며 기회를 얻었지만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도 얻지 못했다. 35경기에서 7골 2도움을 올린 지난해 활약과는 대조적이었다. 극심한 부진에 지난 4월엔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을 앞두고 트위터에 인종차별 발언을 남겨 구설수에 올랐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 10일 성남과의 FA컵 16강전을 통해 찾아왔다. 노병준은 0-1로 뒤진 후반 13분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팀을 패배위기에서 구했다. 결국 포항은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겨 2년 연속 대회 우승을 향한 중요한 고비를 넘었다.
공교롭게도 노병준의 올 시즌 행보는 지난해와 닮은꼴이다. 지난 시즌 초반 무득점으로 마음고생을 겪던 그는 광주FC와의 FA컵 16강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며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었다. 그는 "작년에도 FA컵 득점 이후 컨디션이 살아나 팀에 보탬을 줄 수 있었다"면서 "다시 얻은 자신감을 발판으로 기분 좋은 추억을 재현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이날 득점포를 추가하며 마음의 짐을 덜어낸 노병준은 1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故 노흥복 씨)와 가장 먼저 감격을 나누며 남은 시즌 선전을 다짐했다. 그는 "경기 전 항상 아버지를 위해 골을 넣겠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간다"며 "오랫동안 득점포가 터지지 않아 동료들에게 미안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팀에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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