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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사건 '반전카드'로 꺼내든 녹음파일 내용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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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종착점을 향해가는 SK 재판에서 '막판 변수'로 좌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던 당사자 간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11일 법정에서 재생됐다. 하지만 변호인 측의 의도와 달리 재판부가 해당 파일을 제출한 의도와 내용에 의구심을 보여 최태원 회장 형제 측에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녹음파일은 최태원 회장ㆍ최재원 수석부회장 측 변호인이 펀드 선지급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는 '무죄'임을 주장하기 위해 '탄핵증거'로 제출한 것이지만 앞서 지난 9일 재판에서 검찰은 이를 오히려 '유죄증거'로 원용하기도 했다. 방어용 증거로 제출한 파일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자 최 회장 형제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14번째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원홍 전 고문-최재원 수석부회장' 간의 대화내용이 담긴 파일을 공개했다. 김 전 고문은 재판부가 이 사건의 사실상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이지만 현재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행방이 묘연하다. 김 전 고문과 최태원 회장 사이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공개 여부는 다음 기일에 정하기로 했다.


공개된 대화에서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에게 거듭해서 "두 형제(최태원ㆍ최재원)는 모르는 일이고 너와 나 둘 사이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에 임하는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전 고문은 "대법원 가면 무죄 받을 수 있다. 자료를 다 갖고 있으니 겁먹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또 김 전 고문은 최 부회장과의 통화에서 "너는 정말 죄가 없는데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너희 형제는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전 고문이 대화내용을 직접 녹음하고 최 회장 측에 전달한 점 등을 거론하며 선뜻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들에게 별로 득이 될 것 같지 않은 증거를 제출한 의도부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문용선 부장판사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사실관계를 보는 입장은 변호인 측도 재판부와 동일할 텐데 대체 왜 제출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최태원 회장 형제가 김원홍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문 부장판사는 이전에 진행된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계속해서 김 전 고문을 이 사건의 배후로 지적하며 "모든 것을 기획하고 연출한 김원홍이 중국으로 도망가서도 여전히 피고인들을 원격조종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이 영향력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핵심인물로 떠오른 김 전 고문은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증권사에 근무하다가 무속인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최태원 회장의 현금재산을 불려준 것을 계기로 SK쪽과 인연을 맺었다. 항소심에서 김준홍 전 대표의 증언과 각종 증거 등을 계기로 그의 존재가 드러나자 재판부는 "재계 3위 대기업의 회장과 부회장이 김원홍에 홀려 홀딱 넘어간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날 최 수석부회장과 김 전 고문 간 대화내용이 담긴 다른 녹음파일이 공개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22일에 심리를 종결하기로 했다. 김준홍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보다 길어져서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펀드 선지급금 450여억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고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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