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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일본 프로야구 공인구 파동의 진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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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일본 프로야구 공인구 파동의 진실①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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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국가대표팀은 2009년 3월 24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3일 뒤 가토 료조 일본야구기구(NPB) 커미셔너는 중대 사안을 발표했다. 공인구 교체였다.

“일본의 다음 목표인 WBC 3연패를 위해 공인구 교체는 필수다. 일본리그에서 쓰는 공과 WBC의 그것이 너무 달라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는다. 이번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것도 이 때문이 컸다. 메이저리거들은 WBC와 동일한 롤링스 제품을 쓰다 보니 공 적응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NPB의 공인구가 롤링스 공과 같다면 일본야구의 경쟁력은 더욱 오를 것이다.”


NPB 사무국은 2010년 6월 15일, 다음 시즌부터 공인구를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사업자는 그간 공인구를 공급해온 미즈노였다. ‘미즈노 150’으로 명명된 신공인구의 특징은 세 가지였다. ▲공의 표면이 미끄럽고 ▲실밥의 높이가 낮으며 ▲심(Seam)간 간격이 넓었다. 롤링스 공과 동일한 특징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품질은 이전보다 떨어졌다. 기존 공은 손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고 착착 감겼다. 가죽에 기름을 먹이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신공인구는 가공과정에서 그 시간이 크게 줄었다. 낮은 실밥의 높이와 넓은 심간 간격이 공을 꿰매는 실의 양을 줄여 그럴 필요가 없었다.


미즈노로선 나쁠 게 없었다. 공인구 교체가 회사의 순이익 증대로 이어진 까닭이다. 기존 공인구는 전량이 일본에서 생산됐으나, 신공인구는 중국공장이었다. 인건비가 준 데다 기름과 실의 양까지 대폭 줄어 제조원가는 자연스레 낮아졌다. 물론 납품가는 내려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공인구 업체 롤링스의 공은 코스타리카에서 만들어진다.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숙련도가 떨어지는 중남미의 값싼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줄어든 가공비에 공은 미끄럽다. 실밥높이도 낮다.


미즈노는 신공인구가 반발계수 측정테스트에서 기존 공보다 타구거리가 1m가량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접한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하나같이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데 그해 3월 11일 도호쿠 지방에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은 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NPB는 경기가 3시간 30분 이상 진행되면 연장에서 새 이닝에 들어갈 수 없도록 규칙을 변경했다. 12개 프로구단에 빠른 경기 진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도 넓어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존의 상하와 좌우로 공 한 개 이상씩이 넓어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NPB 사무국은 부인했지만 이를 믿는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공인구 교체와 스트라이크존 확장으로 리그는 심각한 투고타저에 시달렸다. 전 구단의 득점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홈런이 눈에 띄게 줄었다. 전년도 1605개에서 939개로 41.5% 감소했다. 경기당 1.09개였다. 홈런 가뭄은 지난해 더욱 심해졌다. 881개로 6.2%가 더 줄었다. 반대로 마운드에선 놀라운 기록이 속출했다. 지난해 2점대의 팀 평균자책점을 남긴 구단은 7개나 됐다. 최악의 마운드란 혹평을 받았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팀 평균자책점이 3.76일 정도였다.


공인구는 그대로인데 타고투저?


투고타저는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페넌트레이스의 절반가량이 진행된 8일까지 총 664개의 홈런이 터졌다. 신공인구 도입 전인 2010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많은 이들은 공인구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NPB는 “어떤 변화도 없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김성훈의 X-파일]일본 프로야구 공인구 파동의 진실①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지난 6월 1일 일본프로야구 선수회는 NPB에 공인구에 대한 의혹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사무국의 해명도 함께 요구했다. 설마 했던 의혹은 열흘 뒤 사실로 밝혀졌다. NPB는 센다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인구의 비거리가 늘어났음을 인정했다. 시모다 쿠니오 사무국장은 말했다.


“지난 2년간 경기에 사용된 공 가운데 일본프로야구 규약에 명시된 반발계수 하한선에 미치지 못하는 공을 일부 발견했다. 지난해 7월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모두 규정된 반발계수를 충족한다. 이 과정을 미즈노에 공표하지 말라고 했다. 공인구에 대한 문제는 NPB에 일임돼 있다. 그래서 12개 구단에 알리지 않고 가토 커미셔너에게만 사실을 보고해 대응방안을 논의해왔다.”


일본 프로야구 규약에 명시된 공인구의 반발력은 0.4134~0.4374다. 이보다 높거나 떨어지는 공은 경기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일곱 차례(2011년 4번, 2112년 3번)에 걸쳐 진행된 공인구 불시감사에서 반발계수 하한에 미달하는 공은 적잖게 적발됐다. 그 수치는 0.4034~0.4133이었다. 불량품이 경기에 버젓이 사용된 것. 더 큰 문제는 경기에 사용된 공인구 전체의 평균반발계수가 하한선인 0.4134에 미달했던 점이다.


NPB는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 경기에 사용되는 공인구는 모두 정해진 반발계수를 충족한다고 했다. 평균반발계수가 0.416이란 점도 공개했다. 상승한 수치는 공의 가장 안쪽에 사용되는 코르크 심(Cork Ball)을 기존의 것보다 반발력이 높은 것으로 교체한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NPB가 지난 2년 동안 불량품을 적발하고도 눈감아준 이유는 무엇일까. 1980년부터 34년째 현장을 누비는 프리랜서기자 야스시 와시다는 말한다.


“신공인구는 중국에서 제조한 점을 감안해도 불량률이 지나치게 높았다. 원인은 NPB 사무국의 무리한 요구에 있었다. 당시 NPB는 미즈노에 공의 평균반발계수를 규정 하한인 0.4134에 가깝게 제작해달라고 주문했다. 요구에 충실한 공을 만들다 보니 반발력은 너무 낮아졌다. 사실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 미즈노는 NPB의 요구대로 공을 제조할 경우 불량품이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지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NPB는 계획을 강행했다. 하한선 0.4134에 미달하는 공을 전량 폐기처분하면 문제는 모두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NPB와 미즈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즈노 중국공장이 2010년 너무 많은 신공인구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NPB는 반발계수 하한을 규약보다 0.01 낮은 0.4034로 슬쩍 낮췄다. 임의로 변경한 반발계수에 충족하는 공을 지난 2년간 경기에서 사용한 것이다.”


시모다 사무국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반발계수 하한선을 변경한 건 내 잘못”이라는 발언도 사실이 아니었다. NPB가 은폐한 진실은 6월 27일 또 한 번 드러났다. 신공인구를 제조하기 전 불량품이 나올 것을 경고한 미즈노가 NPB와 맺은 공인구 공급계약서에 한 가지 옵션을 추가한 것이 밝혀졌다. 반발계수 0.4034까지 경기용 공인구로 납품이 가능하단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1차 생산분 10만개가 소진될 때까지 선수들은 불량품을 사용해야 했다. 1차 생산 분량이 소모되는 시점이 2013년 시범경기까지라는 보고서를 전달받은 NBP는 지난해 여름부터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상향조절해달라고 요청했다.


변경된 공인구는 스프링캠프부터 12개 구단에 지급된다. 하지만 남은 불량품을 소모해야 하는 리그사무국 입장에선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시모다 사무국장은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남겼다.


“생활의 지혜라고 할까.”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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