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경착륙 우려 속에 성장 속도를 회복하려면 저축에 목 메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게 급선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변호사 케빈 한(27세)씨는 저축을 많이 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회사원으로 정부가 고민하는 신용 증가 위험에서 완전히 비켜나 있다. 중국 정부는 은행권의 과도한 신용 증가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한 씨 처럼 월급 대부분을 저축하며 살아가는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한 씨는 매일 두유와 삶은 계란 등으로 구성된 아침 비용으로 5위안(약 900원)을 지출하고 흰 쌀밥에 고기와 야채 반찬이 곁들여진 점심 비용으로 20위안(3600원)을 소비한다. 저녁 값도 점심과 비슷한 수준. 옷을 살 때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출퇴근 비용은 왕복 지하철 표 값 4위안이면 된다. 이렇게 해서 월급 1만3000위안 가운데 절반 가량을 저축한다.
중국의 저축률은 높은 편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일반 가구의 저축 비중은 가처분소득의 30.6%다. 저축 총액만 6조9000억위안(약 1조10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모델을 과거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려 애쓰는 이유다. 철강, 시멘트 등 산업부문은 대부분 과잉생산으로 포화 상태고 기업 부채는 점점 늘어 그림자금융과 부실 대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가파른 성장 둔화 속도를 제어하기 위해 기댈 곳은 '짠돌이' 소비자들의 지갑인 것이다.
중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비 비중은 35.7%로 다른 국가들의 평균 50~60% 수준 보다 낮다. 일반 가구의 대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정도로 대만 48%, 말레이시아 79% 등 아시아 인근 국가들 보다 낮은 편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중국의 신용 증가 위험은 일반 가구가 아닌 기업들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의 대출 비중은 GDP의 117%를 기록, 대만 61%, 말레이시아 45%의 두 배 수준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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