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과실 등 사고원인 밝힐 열쇠.. "스위치 켰지만 작동하지 않았는지가 핵심"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한ㆍ미 합동조사단이 아시아나 여객기의 사고 원인 파악에 한창인 가운데 비행속도를 제어하는 '자동출력 장치(오토 스로틀)' 작동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오토 스로틀은 조종사가 원하는 속도를 입력하면, 그 속도대로 자동 운행하게 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자동차로 말하면, 고급 승용차 등에 적용되는 오토 크루즈 기능이다.
이 장치는 기체 잔해에서 스위치가 켜진(armed position) 상태로 발견됐지만, 조종사들은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오토 스로틀이 이들의 발언과 동일했을 경우는 기체결함이 치명적 원인으로 밝혀질 수 있게 된다.
11일 국토교통부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발표에 따르면 기체 조사과정에서 조사반이 오토 스로틀 상태는 켜져있던 것으로 확인했다. 조종사의 면담조사에서도 같은 증언이 나왔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의장은 11일 오전(한국시간) 브리핑에서 "두 기장이 '착륙 준비를 하면서 권장속도인 137노트(시속 254㎞)로 날도록 자동속도장치를 설정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암드 포지션'이었다는 것은 이 장치가 '스위치 온' 돼 있는, 즉 작동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는지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충돌 과정에서 충격에 의해 스위치가 조종사의 조작과 다르게 변화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오토 스로틀 스위치는 물리적으로 아래 위로 올리고 내리는 식의 똑딱이 방식으로 암ㆍ오프 기능이 조절된다"며 "오토 스로틀의 스위치가 암드 상태에 있는 것 역시 육안으로는 확인됐는데 조종사가 비행 중에 조작을 했는지, 충돌과정에서 스위치가 작동된 것인지는 블랙박스를 조사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스먼 의장은 특히 조종사들은 200피트(60m) 상공에서 고도가 정상보다 낮은 데다 오토 스로틀이 속도를 유지시키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손으로 스로틀 레버를 밀었다고 밝혔다. 뒤늦게 오토 스로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수동으로 속도 높이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때는 충돌 약 16초 전(고도 60m, 시속 219㎞)으로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이강국 기장의 말대로 제대로 장치를 작동시켰는데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았는지, 조종 실수로 오토 스로틀 세팅이 잘못됐는지는 블랙박스 조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특히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다른 보조장치의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행기에는 오토 스로틀과 관련된 복잡한 장치가 있다"며 "사고 후 장치의 최종 상태나 조종사의 얘기만으로는 최종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오토 스로틀이 암드 상태가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컨트롤을 한다. 추가 속도 조절장치인 스톨 프로텍션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역시 오토 스로틀이 암드 포지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작동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조종사 과실인지, 항공기 기체결함인지 등 사고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피해 배상의 주체는 크게 달라진다.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피해자에 대해 1차 보상을 해주지만 사고 원인이 기체결함으로 결론이 나면 보험사들은 항공기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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