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와 관련, 사고원인 규명에 핵심키를 쥔 블랙박스 해독을 위해 우리 조사관 두 명이 워싱턴 D.C에 급파돼 블랙박스 해독에 한창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블랙박스에 녹음된 조종사들이 나눈 한국말 대화, 비행자료 기록장치를 통한 '오토 스로틀'의 오작동 여부파악 등이 사고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블랙박스 중 비행자료 기록장치(FDR) 분석도 중요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조종사들 간의 우리말 대화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조사에 한국 조사관들이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ㆍ철도 사고조사위원회 조사관과 아시아나항공 B777 기장 등 2명은 10일(한국시각)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비행자료 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 녹음장치(CVR) 조사에 합류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발생 직후 블랙박스를 워싱턴 본사로 옮겨 분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박스, 즉 운항기록장치는 이번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서다. NTSB의 블랙박스 분석에 따른 발표에 따르면 충돌 16초 전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22㎞에 불과했다. 권장 속도 157㎞보다 한참 느렸다. 당시 엔진 출력은 50%에 그쳤다. 이후 충돌 1.5초 전 다시 출력을 높인 결과 충돌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136㎞로 높아진 상태였다. 조종석 경보 장치가 너무 낮은 속도 때문에 추력 상실을 경고하는 상황이었다.
사고기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FDR(비행자료데이터기록장치)과 CVR(조종실음성기록장치)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FDR은 항공기 운항 중 각종 시스템에서 제공되는 마지막 25시간 분량의 연속적인 데이터를 기록한다. 엔진시동 때부터 사고발생 시점까지 일련의 비행 상황, 항공기 자세, 각종 시스템의 작동 상태 등에 관한 200~300개의 자료를 저장한다. CVR은 비행종료 마지막 2시간 분량의 조종실내 음성과 조종사-관제사간 교신 내용을 기록한다. 두 장치 모두 미국 허니웰사가 제작했다.
블랙박스는 기록된 데이터를 외부 충격이나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제작됐다. 최대충격 3400G까지, 화재시엔 1100℃에서 최소 30분간 안전하게 내부의 자료를 보호할 수 있다.
최정호 실장은 "블랙박스 조사에 참여한 우리 측 2명 중 1명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으로 블랙박스 전문가"라며 "다른 1명도 아시아나항공 소속 기장으로 이번에 사고가 난 B777 항공기의 숙련 기장이어서 조종사간 우리말 대화를 분석하고 블랙박스와 대조하며 사고의 원인을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블랙박스의 해독기간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린다"면서 "사고유형에 따라 블랙박스를 해독하는 기간이 다른데 이번에는 지상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그 기간이 비교적 짧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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