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생수회사 사업활동 방해" 공정위 시정명령
"대리점주 도우려다 덤터기, 억울해" 행정소송 준비중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지난 2008년 4월. 마메든샘물 대리점주들은 회사 측의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따른 마진 감소로 더 이상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 재계약(불합리한 계약서 수정)과 단가 인하 및 유류비 지원 등을 사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대리점주들은 지속적인 거래가 어려워 하이트진로음료(옛 진로석수), 스파클, 롯데아이시스의 영업사원과 접촉, 영입조건에 대한 지원제도 등을 문의하고 사측에 다시 한 번 계약서 수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창고에 샘물을 실러온 대리점주들에게 제품출고를 못하게 했다. 사측이 제품을 공급하지 않자 2008년 8월 대리점주들은 하이트진로음료와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를 했다. 이후 사측은 대리점들을 상대로 형사고소 및 민사상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으나 무혐의 처리 됐다. 또한 하이트진로음료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염매 행위로 신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정위는 해당 건에 대해 두 차례(2010년 9월, 2011년 12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1년 6개월 뒤 공정위가 입장을 바꿨다. "대형생수 판매에 필수적인 대리점 대부분을 가로채 중소 경쟁사의 사업 활동을 방해했다"며 하이트진로음료에 지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11일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지난 2008년 8월 대전ㆍ충남 일대 마메든샘물의 대리점 11곳 중 9곳을 영입,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데 소요되는 소송비용은 물론 기존보다 현저하게 유리한 물량과 단가지원으로 마메든샘물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했다고 밝혔다.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공정위가 입장을 바꿔 마메든샘물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갑을(甲乙)관계를 바로 잡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요체이자 핵심과제가 됐다"며 "공정위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주무부처다보니 지나치게 성과주의 행정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나친 과잉규제가 대리점과의 상생을 통해 동반성장의 기틀을 다지려는 기업들을 옥죄고 위축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공정거래로 어려움에 처한 마메든샘물의 대리점을 도우려다 되레 덤터기를 쓰게 된 하이트진로음료는 공정위의 시정명령 부과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원을 통해 억울함을 소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마메든샘물 소속 대리점간 신규계약은 마메든샘물 측이 기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제품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대리점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후 신규 제품공급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기존 대리점주들은 마메든샘물에 지속적인 품질문제와 불공정한 계약 조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었다"며 "개선 요구를 거부한 마메든샘물이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했고, 대리점주들이 여러 생수업체에 공급 계약을 요청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메든샘물과 대리점주간의 계약서에는 ▲'을'의 영업지역은 영업행태를 고려해 '갑'이 지정하는 범위내에서만 영업활동을 해야 한다 ▲'을'은 직원을 채용하는데 있어 '갑'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갑'의 교육 및 심사 기준에 합격한 자에 한한다 ▲'갑'은 '을'이 대리점계약을 해지 시 '을'은 '갑'으로부터 무상 공급받은 냉온수기 중 '갑'의 자산(출고일로부터 4년 미경과 냉온수기)을 출고당시 가격으로 전량 현금 변제한다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쌍방 합의하에 결정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갑'이 해석하는 바에 의한다 등 불합리한 거래 계약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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