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불미스런 퇴장으로 비난의 중심에 선 김태환(성남)이 FA컵을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10일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13 하나은행 FA컵 16강전 포항스틸러스와 홈경기다. 2년 만의 대회 우승을 노리는 성남일화에게 다소 껄끄러운 상대이자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김태환 역시 남다른 각오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김태환은 지난 3일 전북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행동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2-1로 앞선 후반 32분, 팀 동료 박진포가 부상으로 쓰러지자 골키퍼 전상욱이 공을 터치라인 밖으로 차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전북이 공격 기회를 넘겨주기 위해 성남 골문을 향해 패스를 건넸는데, 이 과정에서 이동국이 찬 롱킥이 그대로 골문 구석에 빨려 들어갔다. 순간 흥분한 김태환은 실수라는 사과의 제스처에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동국을 향해 달려들었다. 설상가상 이를 막아서던 박희도를 밀어 넘어뜨리면서 양 팀 선수들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당황한 안익수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사태를 수습했고, 전북 수문장 최은성의 보상 자책골로 논란은 겨우 진정됐다.
경기는 성남의 3-2 승리로 끝났지만 김태환은 축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졸지에 선후배 관계는 물론 동업자 정신마저 망각한 '개념 없는 선수'로 낙인찍혔다. 뒤늦은 후회와 함께 박희도에게 사과 문자를 남겼지만 마음고생을 떨칠 수 없었다. 이어진 FC서울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에도 나서지 못한 채 0-3 패배를 지켜봐야했다.
김태환은 전북전을 마치고 조용히 안 감독의 숙소를 찾았다. 죄송하다는 짧은 한 마디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서울전은 뛰지 못할 테니 집에서 쉬어도 좋다"라는 스승의 농담에 "FA컵을 준비해야한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일주일 만에 나설 이번 경기는 본의 아닌 실수로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에 끼친 민폐를 속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FA컵 우승은 올 시즌 선수단이 바라보는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서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안 감독은 "어린 선수가 힘든 일정과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승부욕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한 단계 성장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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