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당 최대 1500억 수혈, 자금난 풀리겠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가 6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평가시장 신뢰도 제고와 인프라 개선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확대 개편 방안이 실제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는 불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업체별 지원규모가 최대 1500억원(대기업 기준)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내년까지 만기도래 회사채 현황을 보면 한진중공업(1조원), 한진해운(4350억원), 현대상선(7000억원), 두산건설(7750억원), 한라건설(4200억원) 등이 개별기업 지원한도를 크게 웃돈다. P-CBO를 통한 지원한도가 1500억원이고 이외 회사채안정화펀드 및 채권은행 인수분도 추가로 존재하지만, 특정 기업에 지원이 집중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갈증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원대상이 내년 만기도래분 회사채로 국한돼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해운업종의 경우 회사채 외에 일반차입금이나 금융리스 부채 등의 규모가 상당하고 건설의 경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급보증과 관련된 우발채무 부담도 높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지원기간동안 업황회복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상기업의 시장조달구조로의 복귀는 어려울 수 있다"며 "지원대상기업의 강도높은 자구노력과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과 차별화를 통한 경쟁지위 개선, 업황의 획기적 개선이 없으면 위험산업은 계속 위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활성화의 일환으로 제시된 신용평가사 관리강화 방안이나 인프라 개선 계획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회사채 신용등급은 신평사들의 영세한 경영구조 탓에 인플레이션 현상을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5월 금융투자감독국 산하 신용평가감독팀을 신설해 관리강화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신평사들은 자율적으로 소신있게 신용평가를 할 만큼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하다"면서 "국내 3사가 비슷한 등급으로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현실을 보다 근본적으로 개선시켜야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개발한 채권거래 전용메신저 '프리본드' 이용을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도 시기를 놓친 분위기다. 기존 채권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야후메신저를 프리본드로 교체하기 위한 적기는 지난해 말 야후코리아의 국내철수 당시였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 등이 프리본드의 사용을 격려하고 있지만 야후코리아의 철수 이후 계정을 미국계정으로 변환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제와서 연락망 재설정 등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프리본드로 옮겨갈 딜러나 브로커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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