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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機 착륙사고]대참사 막은 이윤혜 승무원 인터뷰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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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機 착륙사고]대참사 막은 이윤혜 승무원 인터뷰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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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미국)=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무섭다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하고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굳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사고 상황을 설명하며 잠시 떨려온 목소리는 금세 침착함을 되찾았다. 6일(현지시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반파 사고에서 헌신적으로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가장 마지막에 탈출한 '최선임 승무원' 이윤혜씨(사진)의 이야기다.

이 씨는 7일 오후 샌프란시스코 홀리데이 인 시빅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년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한 훈련을 받기 때문에, 순간 머리가 명료해지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계획이 섰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평소와 다름없이 착륙 안내방송을 한 직후였다. 하강하던 여객기가 다시 이륙하듯 올라오는 걸 느꼈다. 이씨는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곧바로 여객기에서 충돌이 두 차례 발생했다"며 "즉시 조종실로 가 상황을 확인한 후,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세 차례 안내방송을 내보냈고, 기장의 탈출 신호가 떨어져 바로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천장이 무너지고 꼬리부분이 날라갔을 정도의 반파사고였지만, 비행기 앞쪽에 탑승해있던 이 씨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 차례로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날 사고가 일반적이지 않은, 정말 위험한 상황임을 파악한 순간은 바로 도어 옆 슬라이드가 안쪽으로 터진 때였다.


이 씨는 "승무원이 슬라이드에 깔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후배의 다리가 끼어 살려달라 외치고 있었다"며 "슬라이드가 안쪽으로 터지는 것은 훈련상황에도 없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때 이씨와 다른 운항승무원들은 도끼로, 승객 식사용 나이프로 슬라이드를 터뜨리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일부 좌석에서 화재가 난 상황이라 슬라이드가 터지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마땅히 터뜨릴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식사용 나이프가 순간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부기장, 슬라이드에 끼었던 동료 승무원과 함께 가장 마지막으로 여객기를 탈출했다. 여객기 꼬리가 날라가고 검은 연기로 시야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는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반적으로 슬라이드를 펴고 대피작업을 진행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90초가량. 신속하게, 한명이라도 더 구해내야 한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씨가 허리와 꼬리뼈 인근에 통증을 느낀 것은 승객들과 동료 객실승무원들을 모두 앰뷸런스에 실려 보내고 난 이후였다. 랜딩 과정에서 꼬리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대피작업을 진행하는 와중에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했던 셈이다.


이씨는 "일부 승무원들이 먼저 내려 탈출한 손님들을 보살피게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후배들이 자신이 서비스한 손님들의 건강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현재 승무원 1명이 입원해있다고 하는데 우리 또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후 기장, 부기장과 따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사상자 현황과 꼬리동체가 날라간 상황 등도 이후 뉴스와 영상을 통해서야 알았다. 그는 "호텔에 있으면서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며 "현장에서는 그토록 심했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고 원인을 기장의 실책에 무게중심을 둔 부분과 관련, 그는 "기술적 문제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아 잘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선임 승무원 이씨는 1973년생으로 1995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19년차 베테랑 승무원이다. 2003년 아시아나항공창립기념일우수승무원으로 뽑히는 등 14회나 포상을 받은 모범 승무원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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