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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0 시대, '정보공개율 95%'의 함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6초

정보 공개 범위 좁고 질 떨어져...체감 정보공개율과 통계가 큰 차이...전문가들 "관련 법령 개정해 핵심적인 정보 공개하고 자의적 해석 여지 없애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우리나라 정부의 정보 공개율이 95%나 된다고요? '웬만하면 다 비공개'인 게 현실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통계가 나왔습니까?"


최근 발간된 '2013 안전행정 통계연보'에 제시된 정부의 정보공개율(95%)을 접한 시민단체 한 관계자의 반응이다. 평소 정부의 행정을 감시하기 위해 이것 저것 정보 공개 요청을 내봤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정보 공개율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정부는 민간의 정보 공개 요구에 소극적ㆍ자의적으로 응하기로 '악명'이 자자하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신청한 똑같은 정보 공개 청구(중앙하천관리위원회 위원 명단)에 국토교통부가 2012년엔 공개 결정을 내렸다가 올해 초엔 '비공개' 결정을 내린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통계상 정보 공개율은 매년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통계에선 지난해보다 4.3%나 늘어난 95%의 정보 공개율을 기록했다. 민간이 느끼는 체감 정보 공개율과 정부의 통계상 정보 공개율 간에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및 관련 법률 상 정보 공개의 범위가 좁고 공개되는 정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체감ㆍ통계상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보 공개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정보들은 제외한 채 일반적이고 평이한 정보만 제공하는 수준이어서 국민들의 체감 정보 공개율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정보공개 예외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정보공개 청구의 실효성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령상 비공개'로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당하는 비율은 매년 20~30%에 달해 비공개 사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한해 동안에도 1만6560건의 비공개 중 '법령상 비공개'가 5004건(30.2%)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이 법은 현재 정부가 각종 정책 결정에 참고하고 있는 각종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들에 대해 제9조 1항 5호(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 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된다며 비공개하라고 규정해 놓았다. 하지만 이 보고서들은 정부 정책의 주요 결정에 큰 역할을 미치고 있어 검증 및 사후 평가 등이 필요하고, 실제적으로는 국회 등을 통해 대부분 널리 배포된 상황이어서 비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법은 또 개인사생활 침해, 특정인의 이익 또는 불이익, 국익 또는 공익 침해 등을 비공개 사유로 지정해 놓고 있지만 그 기준이 추상적ㆍ포괄적이어서 공무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가 높아 공무원들에게 '정보 공개'가 아닌 '정보 비공개'의 명분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공개율의 체감ㆍ통계적 격차는 약간의 통계적 '과장'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의 정보공개율은 '처리율'을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부분공개'까지 '공개'에 포함돼 있다. '부분 공개'는 민간이 요구한 정보의 극히 일부분만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비공개'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정부는 부분공개를 '공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정보공개율을 10% 가량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만 해도 3만777건의 부분공개를 비공개로 잡을 경우 정보공개율이 95%에서 85.8%로 떨어진다.


이에 대해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정보공개율이나 건수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의 범위와 공개되는 정보의 질이며 시민들이 원하는 핵심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정보공개 제도가 더욱 개방성의 원칙에 따라 정교하게 마련돼야 하며 그와 함께 관료 사회의 폐쇄적인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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