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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정부 1.0도 못하면서 3.0이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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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 1.0도 제대로 실천 못하고 있으면서 정부 3.0은 도대체 뭡니까?"


지난달 중순 '정부 3.0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한 공무원들은 기자들의 이같은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이날 발표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정부 3.0'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플랜이었다. 정부의 계획은 연 1억건의 정부 정보ㆍ데이터를 민간에 적극적으로 공개해 관련 민간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 민ㆍ관 협치 및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게 뼈대였다.

하지만 이같은 화려한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맡은 공무원들은 "1차적인 정보 공개(정부 1.0)도 제대로 되지 않는 판에 무슨 뜬구름 잡는 얘기냐"는 기자들의 기본적인 지적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공무원들은 "그런 얘기를 좀 기사로 써라"며 부추겼을 정도였다. 공무원들이 워낙 정보를 내놓는 데 소극적이고 예산ㆍ절차도 까다롭다는 등 '실정'을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정부 3.0 추진 계획을 보면 겉으로는 '희망'ㆍ'창조' 등의 말로 포장돼 있을 뿐 내용은 재탕ㆍ졸속ㆍ비현실적 투성이였다. 우선 정부 3.0 정책은 이미 지난 2011년 3월 당시 행정안전부가 발표했던 스마트 전자정부 추진 계획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공공정보ㆍ데이터 공개 확대, 부서간 협력 및 정보 공유 등 정부 3.0의 핵심 정책들은 이미 당시 계획에 포함돼 추진되고 있던 사항들이다. 결국 정부 3.0은 기존의 전자정부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보이지 않는다. 고작 대형 국책사업ㆍ주요 국정 과제에 대해 온라인 공청회ㆍ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강조됐던 사항들이다. 그나마 계층간 정보 격차 등 여러가지 난제로 사실상 실천되지 못했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별다른 보완책도 없이 '버젓이' 이번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


공공정보ㆍ데이터 개방을 통해 관련 민간 산업을 육성, '창조 경제'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정책도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지만 그런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한 듯하다. 기상ㆍ교통ㆍ지리ㆍ교육 정보 등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 정보ㆍ데이터를 사유화해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 정보 사회에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계층간 정보 격차ㆍ정보 불평등이 현재보다 더욱 더 심해지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 정책인데도 성급하게 내놓은 것이다.


정권 초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의욕적으로 나서는 모습이야 우리가 늘 봐 오던 일이다. 또 때로는 '쇼'도 필요할 수 있다. 원래 국민의 것인 공공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가 이제서야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며 생색내는 것조차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다. 다만 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정보 공개 요구조차 공무원의 정치적ㆍ자의적 판단하에 거부되고 있는 현실부터 제대로 인식하기 바란다. 현행 법규와 제도 하에서도 얼마든지 공개할 수 있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는 것부터 적극적으로 실천해 주기 바란다. 똑같은 시스템ㆍ제도 하에서 시장이 바뀐 뒤 180도 변한 서울시를 보고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라.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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