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적보다 나쁘다'며 오랜 동맹국도 거침없이 위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이 '불신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외교·안보 같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쌓아 온 신뢰가 흔들리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동맹국이 빠르게 각자도생에 나서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즈(NYT)는 31일(현지시간) '어떻게 트럼프는 불신을 쏟아부으며 미국의 동맹국들을 멀어지게 했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유럽·캐나다·호주 같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로섬 게임' 신념이 전 세계적으로 불신 소용돌이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고 여기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탓에 동맹국 사이에서도 미국이 더는 경제적으로 믿고 협력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런 불신은 안보 분야에서도 커지고 있다. 기존의 동맹 관계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그간 미국의 안보우산에 의존해 온 국가들이 더없이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신뢰가 깨진 동맹국들은 빠르게 미국과 멀어져 각자 살아남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인도·남미·남아프리카 등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관세 전쟁에 대비하고 나섰고, 일본은 최근 베트남 등지의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도 '탈 미국화'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영토주권까지 위협당한 캐나다는 최근 호주·EU와 군사협력 강화에 속도를 높이며 미국 견제에 나섰다. 최근 유럽에서 빠르게 부상한 '재무장' 움직임도 대표적 사례다. NYT는 이와 함께 "한국·호주·폴란드 같은 일부 동맹국은 자체 보호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자체 핵무장 논의를 논외로 하지는 않는다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 여론과 관련해 이를 논의하기에는 "다소 시기상조"라면서도 "지금으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이것이 곧 논외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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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미국과 동맹국 간 신뢰가 한번 깨진 상황에서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 NYT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시대에 국제 질서가 "올림픽보다는 이종격투기(UFC)"와 같은 형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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