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NBC, 경제학자 전망 조사
1분기 GDP 성장률 0.3% 그칠 듯
소비·기업 활동 위축…골드만, 침체 확률 상향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1분기 빠른 속도로 둔화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으로 소비 심리와 기업 활동이 얼어붙으면서 '나 홀로 호황'을 지속하는 미국 경제 예외주의도 흔들리고 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 발표에 이어 다음 달 2일 상호관세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줄폭탄'으로 미 경제가 물가 상승을 동반한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미 경제전문방송인 CNBC가 경제학자 14명을 상대로 조사해 31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 2.4%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미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회복을 시작하려던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률이 1분기 0.3%대로 주저앉은 뒤 2분기 1.4%, 3분기 1.6%, 4분기 1.9%에 이어 2026년 1분기 2.1%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대부분 기간 통화당국 목표치인 2%를 훌쩍 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1분기 2.8%, 2분기 2.6%, 3분기 3.0%를 기록한 이후 4분기 2.4%, 2026년 1분기 2.1%로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근원 PCE 물가는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줘,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이 같은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기업도 지출 및 투자 결정을 미루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월 명목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4% 늘어 전문가 전망(0.5%)을 하회했다. 물가를 고려한 2월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한파 영향으로 1월 0.3% 감소한 이후 2월에는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추인 소비가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 지출 및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이달 초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보고서에서 "고객(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으로 신규 주문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취임 후 두 달여 동안 쉴 새 없이 관세폭격을 쏟아붓자 시장 안팎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의 보복관세, 보호무역조치가 이어지며 글로벌 관세 전쟁과 인플레이션을 낳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날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을 0.2%, 연간 성장률을 1%로 예상하며, 향후 12개월간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을 종전 20%에서 35%로 상향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전망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는 1분기 성장률을 -2.8%로 예상하는 등 일각에선 미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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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질 GDP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게 우리의 기본 전망이지만 세계 무역 전쟁이 심화되고 정부효율부(DOGE)가 일자리와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GDP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통령이 3분기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올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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